2천여년 전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고자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기뻐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공동체임을 인식하게 하는 예수 성탄 대축일이다. 나 혼자만의 기쁨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는 성탄인 것이다.
2004년 한해는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큰 사건들이 발생했고 그것으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버림받고 죽어갔다.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위해 내 몸을 희생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에는 완전히 위배되는 행동과 결과이다. 지금도 전세계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죽어가고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싸움은 그칠 줄 모르고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기쁘다고 흥청망청 여흥을 즐기고 있을 때 어느 한 쪽에선 말없이 우리들의 무관심으로 예수님의 성탄이 뭔지도 모르고 그 기쁨이 얼마큼 큰 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눈을 돌려 주위를 한번 살펴보자. 경제가 어려워, 나 살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 사는 것까지 살펴볼 여유가 없다고 한다면 과연 이 세상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지 반문해 보고 싶다.
나를 내세우기 위해, 알리기 위해 어려운 이웃을 찾아간다든지 나누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보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좋고, 없는 가운데서도 조금씩 떼어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자. 많고 적음을 떠나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같이 살아간다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금년 한 해에도 신문을 통해 많은 도움호소 기사가 보도됐다. 이럴 때마다 놀라운 것은 정말 많은 이들이 아낌없이 동참한다는 것이다. 성금 액수의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1000원이라도 아픈 이와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그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게 모인 성금이 1000만원, 2000만원을 넘을 때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 함께 살아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모두 힘든 시기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 하지만 나, 우리 가족만 돌아볼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을 한번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기쁜 성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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