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거론되는 『천주교 신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주교 신자들은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단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가톨릭신문사가 2005년을 맞아 실시하는 가톨릭 독서운동 「신심서적 33권 읽기」 운동은 이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많은 신자들이 1년 동안 33권의 교회서적을 읽고자 하는 이 운동에 동참했으며, 이들은 한결같이 「책읽기」를 통해 신앙이 성숙하고, 삶의 활력소를 얻을 수 있으며, 전국의 모든 신자들과 「함께」 책을 읽는다는 벅찬 소감을 표시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생업의 바쁜 가운데에서도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라도 신심서적을 읽어보겠노라고 각오를 다지며, 교도소나 군부대 등 책을 읽고 싶어도 여건이 안되는 분들을 위해 선물을 하고 싶다고도 말한다.
우리는 전국에서 쇄도하는 참가자들을 보면서, 우리의 일반적인 오해와는 정반대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본래 책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확신을 갖는다.
오늘날 서점가는 초중등학교 참고서, 어학, 컴퓨터 교재나 각종 시험준비서 등의 교재들이나 10억 만들기류의 경제서적들, 그리고 건강이나 취미생활 등 실용서들만이 서가에서 제 몫을 다할 뿐, 보다 높은 정신적 가치를 모색하는 책이나 인문학적 교양서들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자칫 지루하고 따분하기 쉬운 신심서적들을 한달에 두세권씩 독파해 나가겠다는 독서운동 참가자들의 각오를 보면서, 우리는 왜 진작 이런 기회를 신자들에게 마련해주지 못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신자들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그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적절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닫게 됐다. 그리고 거기에는 교회 지도자들의 인식 부족, 교계 출판사들의 안이한 대응에도 원인이 없지 않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은 「천주교 신자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말고, 이들이 원하고 요청하는 양질의 책들을 만들어내고 책읽기를 권고함으로써 「책읽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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