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000년 대희년에 즈음해 2천년기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과오 중의 하나로 그리스도교 교회의 분열을 꼽고 제삼천년기에는 갈라진 교회의 일치를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전세계의 가톨릭교회와 개신교, 정교회, 성공회 등 그리스도교 제 종파들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주간을 정해두고 모든 형제자매들이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하나가 되는 일치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 역시 지난 1965년 7월 주교회의 산하에 일치위원회를 설립한 이후, 공식적인 차원에서 교회 일치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수년 뒤인 1968년에는 처음으로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합동 기도회가 공동으로 개최됐고, 대표자 간담회도 열렸다.
오늘날 우리가 지내고 있는 일치 기도회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한국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일치 기도 주간 동안 마음을 열고 하느님 안의 한 형제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일치를 위해서 기도를 바치게 된다.
물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현장에서 서로를 만나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안에는 여전히 서로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들이 남아 있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자기 종교 내부의 관심사에만 매달려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여러 통계들을 통해서 볼 때, 우리 신자들은 일치 운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직접 참여하는 사례도 미흡하기 그지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교회 지도층과 신학자들의 만남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만남 자체도 일반 신자들에게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그리스도교 교회의 일치에 대한 관심은 이웃종교에 대한 관심과 대화에 비해서도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이제 우리는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보다 깊이있는 대화와 만남에 나서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사회 현장에서의 만남과 연대, 협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러한 사회활동의 연대에 그치지 않고, 신학적 대화와 학문적 만남의 자리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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