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안고 새 마음으로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났다. 새 날에 대한 벅찬 꿈을 간직하고 모두들 제자리에서 열심히 살고자 다짐했었다. 지금쯤 서로의 대화 속에 가장 많이 오고 가는 말은 「작심삼일」일 것이다. 그만큼 결심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새해 초부터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정치 경제 등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이제 남은 것은 무관심 뿐이라고까지 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생활하다 보면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만 나름대로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불행한 생각이다. 인간은 사회에서 혼자 살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제는 혼자 가만히 살도록 내버려두기를 원하고 있다. 전우익 선생이 지은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세상살이는 혼자만 살 수 없는 것이다. 재미가 없는 것이다. 나의 부족한 것은 이웃을 통해 채우고, 이웃 역시 나를 통해 모자람을 채우면서 사는 것이 세상살이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많다. 함께 얼굴을 맞대고 고민하면서 잘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끼리 집단을 만들어 모든 사상과 정신, 행동을 하나로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고, 다른 이들의 생각은 틀렸다는 집단이기주의 현상이 팽배해져 있다.
기본에 충실하자. 이젠 이것밖에 없다. 인간으로서, 또한 신앙인으로서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첫 발을 내디딘 지금, 잘 못 정해진 길에 발을 들여놓고 가만히 내버려두면 되돌아올 수 없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내 생각만 말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도 들으면서 같이 대화하는 기본, 나 혼자 편하게 배부르게 살 것이 아니라 이웃도 함께 살아간다는 생활 기본을 무관심 속에 묻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과거의 것을 찾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다시 찾아야 한다. 또한 신앙인으로서 잘 살 수 있는 방법도 찾아보자. 예수님의 삶을 따라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기심을 떨쳐버리도록 행동하고 기도하는 신앙인의 삶이야말로 이 시대를 잘 살아가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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