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과 농자재 북한에 보내고 잡곡 들여와야
『식량권 보호는 인권차원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보다 우선해야 하며, 만약 식량권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다뤄지지 않는다면 WTO를 국제인권법 적용대상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UN인권위원회).
국제연합(UN)이 세계식량위기를 경고하며 선포한 「세계 쌀의 해」였던 작년 말, 우리 쌀과 식량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는 쌀 관세화 유예 연장협상을 종결지어 WTO에 통보했습니다. 골자는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되 의무수입물량을 두 배(41만톤)로 늘리고 올해부터 시중판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창고마다 수입쌀로 가득 차 있지만 남한의 식량자급률은 26.9%로 WTO가입 147개국 중 139위입니다. 그것도 쌀을 제외하면 5%미만이며 제일 많이 수입되는 것은 옥수수, 밀, 콩 등입니다.
북한의 식량사정은 더욱 열악합니다. 올 초 주요 언론 공동사설에서 경제분야 주공전선은 농업전선이라며 식량증산을 강조한 것을 비춰보더라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남북이 분단되기 전에는 남쪽은 들과 강이 많아 쌀 농사를, 북쪽엔 산과 지하자원이 많아 광공업과 잡곡농사를 하여 한 나라 안의 식량자급체계를 구축하고 농업과 공업간 국내분업관련을 밀접히 했습니다.
분단이 되면서 자급체계가 무너지고 많은 우여곡절 속에 남은 남대로, 북은 북대로 식량농업분야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분단 6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라도 정부당국과 민간차원에서 남북농업교류협력이 본격화되어 원래의 식량자급체계를 최대한 복원해야 할 것입니다. 남측의 남는 쌀과 농자재를 북에 보내고 당장은 어렵더라도 차차 북측의 잡곡을 들여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는 것이 통일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남북이 상호 보완하는 이익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남측은 나름대로 쌀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소득보전대책과 주요품목별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법제화하고 자급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식생활형태의 변화에 따라 소비가 급증, 제2의 주식이 된 밀(1인당 연간 쌀소비량 83kg, 밀소비량 36kg) 등 기초식량의 국내생산을 유지하고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필요합니다.
그 방안의 하나로 이모작이 가능한 겨울철 유휴농지 93만5000ha에 식량작물인 밀, 보리를 재배하면 383만6000톤이나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식량자급률은 26.9%에서 44%, 사료용을 제외하면 83%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기초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서는 여름철 작물(콩, 옥수수, 고구마 등)은 경합작물이 많고 기계화가 쉽지 않지만, 겨울철 작물(밀, 보리)은 경합작물이 적고 놀리는 땅이 많으며 기계화가 용이합니다. 특히 밀은 재배 및 수확의 기계화가 쉽고 노동력 및 비용이 다른 작목보다 적게 들며,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월등히 높습니다(ha당 4톤).
겨울철 작물 재배확대는 ①주곡자급률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②약 800만톤의 부산물을 통한 총체사료공급이 가능하여 국내 사료자급률을 제고하고 ③288억원(40kg당3만원)의 농가소득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④이모작을 통한 토지, 농기계 고정비용 및 생산비 분산효과가 있어 쌀 생산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고 ⑤수입대체(연간 400만톤) 및 외화절약효과(864만불=384만톤×225불/톤당)를 낼 수 있으며 ⑥수입밀의 농약오염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데도 이바지합니다. 또 ⑦한반도 통일과 세계식량대란에 대비하는 길입니다. ⑧맥류는 1ha재배시 14톤의 탄산가스(CO2)를 흡수, 고정하고 10톤의 산소(O2)를 배출하여 대기정화기능이 뛰어나며 ⑨탄소동화작용이 위축되어 대기오염이 가중되고 경관이 황량한 겨울철에 들판을 푸른색으로 바꾸어 녹색체험을 통해 국민정서 안정에도 기여합니다. 이미 여러나라에서 환경정화기능 등을 크게 인정하여 환경농업 직접지불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1석9조의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밀은 1982년 수입자유화하고 1984년부터 정부수매를 중단하면서 재배농가가 없어진 것을 국민운동을 통해 다시 살려낸 것입니다.
이제 정부는 쌀도 수매를 중단하고 쌀 600만석 공공 비축제를 시행한다지만 보완책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겨울철 농사를 짓게 하려면 직접지불제와 공공비축대상으로 쌀뿐만 아니라 밀, 보리 등도 주곡개념에 포함시켜 확대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이처럼 식량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등 여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