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동등히 예수 사도직 불림 받아
2005년 을유년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 교회의 여성으로서 사랑의 섬김으로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를 이땅에 구현할 수 있도록 「남녀 동반자적 평등의 공동체」를 이룩하는 가톨릭교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교황요한바오로 2세께서는 「여성의 존엄」 1항에서 『여성들의 소명이 인정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실제로 도래하였다. 이제 여성들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여태까지 획득한 적이 없었던 지대한 세력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사회의 두드러진 특징은 2001년 여성부 출범 이후 여성성을 간직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여성법무장관, 여성장관, 여성야당대표, 여성장군, 여성대법관, 여성법제처장이 탄생했으며, 국회에는 여성의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반면 오늘날 가톨릭교회 운영에 있어 여성참여는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보편교회의 독신 남성에게만 사제서품을 허용하는 교계제도가 사제를 권위적이게 하며 여성신자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 여성차별이 가장 심하게 드러나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여성사제직 불가론」과 「여성부제직 금지」일 것이다.
한국교회는 남성 성직자 중심의 권위주의와 한국의 유교적 가부장제와 맞물려 수직적 위계질서를 고수하고 있다. 본당에서 사제와 여성신자의 관계는 상호존중의 관계가 아닌 상명하복(上命下服)식의 업무처리 방식, 사목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교회 내 70%이상이 여성이지만 교회의 의사수렴과정이나 정책결정과정에서 배제되고, 본당 행사시 여성신자들은 음식을 만드는 일 혹은 판매.성전기금마련 등에 매달려 있다. 반면 사목협의회는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성들은 교회운영이나 주요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회에서 성체분배권은 일부 남성신자와 수녀들에게만 허용되고 여성신자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이 여성신자들은 성직자와 남성평신도들로부터 이중차별을 당하고 있으며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위치는 「제2계급」 혹은 「비존재」(Non-being)의 위치에 놓여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정의함으로써 교회를 인격적으로 바라보게 하였으며, 그리스도 신자인 성직자·수도자·신자, 특히 여성도 같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 안에서 평등함을 언급하였다.
『그리스도 신자들은 세례로 그리스도께 합체되고 하느님의 백성이 된 자이며, 이 때문에 그리스도의 사제직·예언직·왕직에 참여하며 교회의 사명을 각자의 조건에 따라 수행하는 자이다』(교회법 제204조).
교회 직무는 「성직계급」이나 한 성(性)의 고유 권한이 아니라 모든 믿는 이들의 「세례」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성신자들도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 삼중직무의 참여자가 되고 교회 구성원으로서 남성과 동등하게 예수 사도직에 불림을 받았다. 「사도직」을 부여받았다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실존 문제이며, 그리스도교의 본질인 것이다. 「여성이라는 존재」 이유 하나만으로 여성들을 교회 직무에서 소외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여성의 문제는 인간 실존의 문제를 넘어선 교회의 문제이다.
희망찬 2005년에 「남녀 동반자적 평등의 공동체」로 가는 지표를 세워본다.
첫째, 성직자들의 의식변화가 요청된다. 성직자들은 성직주의와 권위의식을 버리고 여성신자들을 인격적인 존재인 「하느님 백성」으로서 존중해야 할 것이다. 교회 구성원의 70% 이상이 되는 여성들에게 비례대표제를 적용하여 여성들을 사목협의회에 참여시키고 의사결정권도 남녀 동등하게 50%씩 가져 여성들의 의견을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 전례에서 남성 신자에게 주어졌던 직무의 기회를 여성들도 수행할 수 있도록 성체분배권도 허용해야 할 것이며, 본당의 여성 총회장이 배출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여성신자들의 의식변화가 요청된다. 교회에서 여성의 존엄성을 신장시키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사람은 바로 여성자신이다. 여성들이 교회지도자로서 활동하는데 다양한 카리스마를 계발하고 필요한 기본 지식을 익히는 훈련이 필요하다.
품위와 사명의 평등화는 지식의 평등화 없이 불가능하다. 또한 여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교회와 사회에서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정의.평등.해방을 위한 사회복지에 직접 참여하여 상호 도움을 주고, 더불어함께 일하는 연대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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