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만연한 생명경시 풍조와 물질만능주의가 또다시 경악할만한 범죄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한 여성이 심부름 센터에 의뢰해 벌인 신생아 모자 납치 및 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윤리도덕적인 가치에 대해서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우리는 여기에서 두 가지의 반인륜적인 가치관을 발견할 수 있다. 하나는 인간 생명을 자기 수단을 위해 임의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극도의 생명경시 풍조이고, 다른 하나는 돈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이다.
범죄를 저지른 여성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유괴해달라고 심부름 센터에 청부함으로써 납치 대상이 된 아이의 권리나 존엄성, 그리고 아이를 잃게 될 부모의 아픔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발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권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이다.
더욱이 실제로 이러한 만행을 저지른 범인들은 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는 엄마를 무참히 살해하고 암매장함으로써 유괴라는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는 물론 살인이라는 씻을 수 없는 죄까지 더했다. 범죄행위를 청부한 여성이나 돈을 받고 범죄를 행한 심부름 센터 직원들 모두에게서는 생명의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찾아볼 수 없다.
나아가 이러한 범죄 행위의 동기에는 황금만능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돈이 인간 생명과 맞바꿀 만큼 중요하다는 인식이 바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된 탈선 심부름 센터의 「범죄 영업」에 대한 법적 대책이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좀더 근원적인 문제 접근이 절실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우리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 회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법적인 장치를 구비한다 할지라도 인간 생명을 소홀히 하고,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사회 풍토 안에서는 이러한 반인륜적인 범죄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다양한 모양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대책은 근본적인 것이어야 한다. 「죽음의 문화」는 「생명의 문화」를 거슬러 얼마든지 그 변주곡을 연주할 수 있다. 반인륜의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인륜을 회복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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