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묵상을 위한 「보여주기 극작법」은 지난 1월 25일 열린 한국 프랑스 고전문학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논문제목은「상연의 측면에서 본 그레방의 수난성사극」이었다. 「중세 그리스도교문명의 총합」이라고 일컬어지는 그레방의 성사극은 3만4574행에 이르는 거대한 작품이다. 작품은 삽화적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구세사에 대한 총체적 관점이다. 나흘간에 걸쳐 공연되었던 이 성사극은 그리스도의 지상생활 전체를 그리는데 만족하지 않고 창세기에 있는 창조설화로 작품을 시작하고 4복음서를 뛰어넘어 성령강림으로 끝맺고 있다.
그레방의 성사극 역시 스펙타클 중심의 다른 중세극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비구술적인 무대언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도 연극은 우선 볼거리였다. 사실, 그것은 극치에 달한 당대의 시각문명과 유명론과 신비주의 철학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성사극의 총체성과 상연에 대한 관심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그는 성사극 공연이 한바탕 「신앙의 축제」로 끝나기만을 바라지 않고 재현된 성서의 장면들이 일상의 삶속에서 깊은 묵상으로 이어지기를 바랐다.
따라서 그에게서 성사극은 구세사에 관한 묵상과 파스카 체험으로 들어가는 거대한 문이었다. 마치 이콘이 보이지 않은 거룩한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듯이.
그가 진정 의도한 것은 아마도 오감을 통한 성서묵상이었으리라. 16세기 중반에 이냐시오 성인은 「영신수련」을 쓰면서 오관을 유익하게 활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리고 영신수련 4주간은 성사극의 나흘간의 구조와도 같다.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김애련(베리따스.종교극 연구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