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말을 기점으로 시작된 공동사목 도입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의정부교구가 교구의 사목 전반을 공동사목의 틀 위에서 구상하고 있으며, 서울대교구는 1998년부터 논의한 공동사목 구상을 최근 들어 교구장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구체화하려고 노력하면서, 지구별로 공동사목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구대교구가 이미 1999년 일부 본당에서 공동사목을 실시했고, 마산교구는 진일보한 공동사목의 틀을 사파동본당의 사례에 적용해 실시했다. 광주대교구 역시 공소들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사목을 꾸준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동사목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지만 이처럼 각 교구에서 구체적으로 일선 사목에 적용해 실시함으로써 구체화하는 모습이 보인 것은 최근 수년의 일이다. 이는 그만큼 현재 우리 사회와 한국 교회가 직면한 사목 환경이 공동사목이라는 사목 형태와 모델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우선 공동사목의 필요성이 두드러지는 것은 본당 대형화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강조된 「친교의 공동체」로서의 교회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대도시 본당들의 비대해진 몸집은 부적절할 수밖에 없다. 소공동체가 강조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한편 신자수 증가에 따라 요구되는 본당 신설은 재정적인 부담으로 다가오고, 성당 부지를 확보하는 문제도 만만한 것은 아니다. 공동사목을 실시할 경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공동사목이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목자들의 공동사목 경험이 거의 없는데다가 대도시와 농촌 등 각 지역별 사목환경에 적절한 프로그램들을 계발하는 것도 큰 과제이다.
아직 그 연륜이 짧아 공동사목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개념이 정립돼 있지도 않다. 또한 지역과 본당의 특성과 신자 상황에 맞는 다양한 방법론이 개발돼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공동사목을 도입하는 각 교구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도 예상되며, 보다 철저하고 총체적인 연구를 통해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90년대 이후 한국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사목적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공동사목은 대안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효과적으로 한국 교회 안에 정착될 때, 이는 단순히 본당 운영이나 지역사목의 문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신자들의 신앙과 교회 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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