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에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는 「회개」 「보속」 「단식」 「자선」일 것이다. 지금까지 생활해 왔던 삶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요구하는 때가 사순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회개와 그에 따르는 보속이 어렵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또한 단식을 통한 자선행위야말로 신앙인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단식 자체가 힘든 사람들도 있다. 하루 먹을거리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단식을 강요하는 것은 죽음과 마찬가지일 것이고,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일용할 양식을 구할 수 있는 이들에겐 「한번쯤 굶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는 의식으로 별다른 생각없이 단식하게 되는 것이다.
회개와 고행 없이 자선을 베푼다는 것은 그냥 가진 것 중 하나를 덜어서 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것은 사랑과 정성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주는 행위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주니까, 사회분위기나 주위의 보이지 않는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누는 것은 진정한 나눔이 아니다. 진정한 나눔은 나의 희생으로 얻어진 값진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그냥 나누는 것이다. 나눔을 통해 남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란다거나, 나누는 행위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것은 진정한 나눔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이런 행위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에게 아픈 상처를 줄 수 있다.
설 축제분위기로 인해 사순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재를 머리에 얹고 삶과 죽음을 묵상하며 사순절을 시작하던 예년과는 달리 올해는 재의 수요일이 설날과 겹치는 바람에 많은 신자들이 예식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사순시기를 제대로 지내려고 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총체적으로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정신없고 암울한 시기를 살고 있다. 이러한 때 교회전례력에 따른 생활은 정말 힘들다. 그러나 하루를 살면서, 일주일을 살면서 단 몇 분간만이라도 자신이 살아온 것을 반성하는 회개의 시간을 갖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 회개의 삶을 통해 보속하는 행위로 우리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러내 놓고 하는 큰 나눔보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온 작은 나눔실천이 그 어느 때 보다 아쉬운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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