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는 교회의 적극적 대처 필요
2004년 연말부터 댄 브라운이 지은 「다빈치」 코드가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미국에서 1000만부 이상 팔린 빌리언셀러의 성과가 그대로 한국사회로 옮겨온 듯하다. 이에 따라 가톨릭교회 등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책에 대한 화제가 만발하고 있다.
논란의 초점은 서너 가지. 첫째는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을 했느냐는 점. 둘째는 두분 사이에 예수님의 딸이 있었냐는 사실여부. 셋째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티칸이 은폐 또는 말살해왔느냐로 좁혀진다.
바티칸과 천주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제기 자체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태도다. 아무리 베스트셀러가 되고 화제이지만 예수 탄생이래 언제나 제기되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언급을 하면 할수록 세간의 호기심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예수님의 결혼설은 그간 여러번 나온 이야기다. 인류탄생 이후 가장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인물이니 만큼 당연하다. 예수님이 하느님의 독생자이며 인간으로 내려오셨다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가장 본질적 믿음이기 때문에 이 신성성에 대해서는 논할 것이 못된다. 초기 그리스도교시대에는 엄청난 쟁점이었지만 이를 믿느냐 마느냐는 자신의 결단의 차원이기 때문에 이를 논리적으로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기 때문에 그분의 공적인 말씀인 「성서」의 진위 여부와 함의는 물론 예수님의 인간적인 삶 자체가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수태고지로 처녀인 성모 마리아가 예수님을 어떻게 잉태할 수 있느냐에서부터 예수님이 인도까지 갔다왔다는 추측까지, 그리고 자랄 때의 모습이 성서에 거의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호기심이 여러 장르의 소설, 희곡, 가요 등으로 표현되어 왔고 구전으로도 전해져왔다. 특히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에서도 공히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성서 정전 이외의 「외경」의 존재와 이를 둘러싼 진위 여부, 성서와의 모순된 표현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를 둘러싸고 의문이 이어져왔다.
대표적인 소설이 「다빈치 코드」이고 유명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뮤지컬이 그렇고 소설 「잃어버린 장미」 이야기 등도 이러한 아류이다. 이들 작품 대부분이 외경과 이집트에서 발견된 나그함마디(Nag Hammadi)문서, 사해근처에서 발견된 사해문서, 그리고 예루살렘 근처 동굴에서 발견됐다는 예수님의 형제인 야고보의 석관 등과 연결지어 그럴듯한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는 예수님의 형제들-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와 여동생들과의 관계, 공생활 때 함께 했던 시몬 베드로 등과 처음 만나게된 사연, 그리고 이집트에서 인연을 맺었다 나중에 십자가 양옆에 함께 매달렸던 두 강도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가장 압권은 예수님이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딸을 낳았다는 설이다. 호사가들은 더 그럴듯한 설정으로 예수 부활 후 맨 처음 만난 사람이 성모 마리아가 아닌 막달라 마리아라는 점에 주목한다. 어머니보다 더 가까울 수 있는 사람이 곧 배필이자 애인인 막달레나라는 것이다. 그때 이미 막달레나는 임신중이었고 예수 승천 후 보복이 무서워 이집트로 도망가 살았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딸을 낳은 막달레나는 고향으로부터의 추격이 무서워 남프랑스의 프로방스지방의 유다인 공동체지역으로 이주해 메로빙거왕조의 왕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후 십자군 전쟁 때 혁혁한 공로를 세운 템플기사단이 이들과 연관이 있는 집단이고 이의 파워를 무서워한 바티칸이 프랑스왕과 함께 종교재판으로 이들을 말살시켰다는 것. 그러나 「검은 마리아」(막달레나)를 숭모하는 프리메이슨집단이 아직도 바티칸의 음모를 폭로하기 위해 계속 투쟁해오고 있다는 것이 이들 이설의 주내용이다.
재미있기는 하다. 또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잘 팔릴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소설이 몇가지 사실을 잘 꿰맞추면 재미가 있듯이 이들 작품이 작위적인 성격이 강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신앙이 약한 이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때이다. 작은 사실이 신념을 흔들어놓듯이 이를 역사적 사실로 믿어버릴 때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가톨릭교회가 가만히 있기보다는 중요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이 일반 신자들의 「사도신경」의 고백을 흔들 수는 없다. 교회가 침묵하기보다 자신을 갖고 적극 대처하는 것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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