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논란이 되어온 인간복제 금지 문제에 대한 유엔의 선언문이 채택됐다. 비록 의무조항이 아니고, 따라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선언문」이지만 국제사회가 원칙적인 면에서 합의를 이룬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선언문이 갖는 의미는 결코 소홀히 취급할 것이 아니다. 특히 이 선언문은 지금까지 논란의 핵심이었던 「배아줄기세포」 추출을 위한 이른바 「치료복제」까지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가톨릭교회의 일관된 「전면금지」 입장과 같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의 선언문 소식을 전하면서, 이 선언문이 법적 구속력이 없고, 이미 우리나라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것 이상의 추가적 규제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치료복제 연구가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대표단은 결의안 채택 후 첫째, 선언문의 쟁점인 「인간 생명」의 개념이 문명권과 국가별로 다양하게 해석되고, 둘째, 따라서 그 해석이 각국의 재량에 맡겨져야 하며, 셋째, 이미 우리나라는 인간 복제 연구와 관련해 인간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엄격한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인간의 「생명」에 대한 규정이 그때그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어찌 각국 정부가 인간 생명의 해석을 임의로, 재량에 따라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정권이 바뀌고 국가 정책이 바뀌면 인간 생명에 대한 규정을 언제든지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한 우리나라가 언제 인간 존엄을 위한 엄격한 조치를 이미 시행하고 있었던가. 현재 발효된 유일한 생명윤리법은 입법 과정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고 발효된 지금까지도 그 반생명적인 조항으로 비판받고 있다. 더욱이 생명윤리법이 발효되어 엄정한 심사를 거치기 전부터 일부 생명과학자들은 반생명적인 연구 실험에 대한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기도 했다.
정부는 또 이 선언문이 채택됐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치료복제연구가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식의 뉘앙스를 주는 발언을 하고 있다. 큰 사고가 발생했으나, 우리는 피해가 없다는 식이다.
이번 유엔 선언문은 비록 국제 정치적인 역학 관계로 인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문」의 형태로 채택됐다고 해도, 이는 엄연히 국제사회의 합의에 따른 인간 복제 문제에 대한 원칙이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데 있어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절실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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