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의 괴테는 파우스트의 전설을 소재로 하여 낭만주의의 대규모 성사극, 「파우스트」를 빚어내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13세기 프랑스의 음유시인 뤼트뵈프는 이와 비슷한 전설을 가지고 『테오필의 기적극』이라는 기적극을 썼다. 전설에 따르면 주교관구의 재산을 관리하는 한 사제가 자신의 잃어버린 지위를 되찾기 위하여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만 결국은 회개하고 성모마리아의 전구로 구원받는다. 작가는 이 전설에서 아주 민활하고 생기있는 드라마를 끌어내어 죄인의 반항과 회개를, 그리고 악마의 악의와 성모의 돌보심을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악마의 십계명」은 악의 유혹들이 무엇인지를 잘 식별하게 해준다.
『경애하는 친구 테오필이여, 불행한 사람에게 절대 사랑을 표해서는 안되오. 어떤 사람이 겸손한 모습으로 당신에게 접근해오면 당신은 거만하고 냉혹한 태도로 그에게 답해야합니다. 온유, 겸손, 연민, 자선, 우정, 단식, 참회, 이 모든 것들은 나의 오장육부를 도려내고, 설교나 하느님께 기도하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절망에 몸이 뒤틀립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정숙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내게는 뱀이나 독사가 내 심장을 물어뜯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에게 영혼을 판 노학자 파우스트를 『방탕한 생활과 평범하고 세속적인 즐거움 속으로 끌어넣겠다』고 장담하고 그에게 오직 속임수나 마술에서 힘을 얻도록 독려하여 결국 그를 파멸시킨다.
몇 년 전, 배우 장두이의 몸을 빌어 쭉찢어진 빨간 입술에 검은 망토를 걸치고 문예회관에 나타났던 메피스토펠레스! 그는 이제 새로운 먹이를 찾아 인터넷 스팸메일 속에서 교활하게 웃고 있다. 정숙은 구시대의 미덕일 뿐, 클릭만 하면 공짜로 즐겁게 해주겠노라고. 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우리를 유혹에 빠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성령의 칼」로 저희를 무장해주소서!(에페6,24).
-김애련 <베리따스.종교극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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