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서른살에야 공생활을 시작한다. 그분은 왜 좀더 일찍 세상에 나오지 않으셨는가? 그분은 그동안 무엇을 하셨는가? 성서를 통해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보려는 우리에게 하나의 작은 단초가 되는 것은 루가복음이다.
루가만이 예수의 소년시절에 관한 한 장면을 보여준다. 그것은 열두살의 예수가 학자들과 한 자리에 앉아 그들의 말을 듣기도 하고 그들에게 묻기도 하는 장면이다. 모두 그의 지능과 대답하는 품에 경탄하고 있을때 나자렛에서 사흘길을 다시 걸어와 성전에서 예수를 찾아낸 부모는 『얘야, 왜 이렇게 우리를 애태우느냐?』고 야단을 친다. 그러자 예수는 『왜, 나를 찾으셨습니까? 나는 내 아버지집에 있어야할 줄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예수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부모에게 순종하여 성전을 떠나 나자렛으로 돌아와 그들에게 순종하며 살았다.
이 구절을 보면 예수는 이미 열두살에 자신이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그는 인간인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순종하고 말씀을 배우기 위해 성전에 머물렀다. 예수는 그후로도 오랜 세월을 평범한 목수로서 무명의 인간으로 살아가며 가난과 모욕을 통해 처절하게 땅의 인간이 되는 법을 배우셨던 것 같다. 그런 그였기에 광야에서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라면」으로 시작되는 재물과 부귀와 명예의 온갖 유혹을 물리칠 수 있지 않았을까?
서른해의 은둔생활은 인간인 예수로서 당신의 사명을 완수하는데 필요한 순명과 겸손의 덕을 쌓는 혹독한 수련기였으리라. 신이면서도 인간이셨던 예수의 겸손이 서른해의 수련을 필요로 한 것이었다면 한낱 피조물인 우리 인간이 그분의 겸손을 닮는데는 얼마나 길고도 모진 수련기간이 필요하랴!
『오, 그리스도의 늑방의 물은 저를 씻으소서, 그리스도의 수난은 저를 격려하소서!』
김애련(베리따스.종교극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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