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대개 시청률에 의해 결정된다고 한다. 이 말은 시청자인 대중이 주로 어떤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정해진다는 의미이다. 원칙만을 보여 주고 강조하며 계몽하는 프로그램을 좋아하면 오늘의 우리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것이 대부분 그러한 프로그램들로 점철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EBS 교육방송의 수준 높은 교양 프로그램과 좋은 강의들에 대한 시청률보다는 복잡한 인생살이를 다룬 일반 방송의 드라마 시청률이 훨씬 더 높다. 시청자들이 그러한 프로그램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원칙적이고 아름다우며 교훈적인 내용들만 다룬다면 시청자들은 오래지 않아 식상해 할 것이고 다른 채널을 선택하고 말 것이다. 드라마가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이 어우러져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인생살이의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을 충실히 지켜 단 한 번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은 어느 한 남녀의 모범적인 사랑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크게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런 이야기는 마치 실제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완벽하게 그려진 그림이나 인형을 대하는 것과 같고, 인생의 진면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꾸며낸 이야기처럼 너무 인위적이어서 실제의 삶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복하기 곤란한 우여곡절들과 유혹을 물리친 사랑, 기존의 관념을 깨고 신분과 금력 그리고 학력의 차이를 넘어선 사랑, 어려움이 있었으나 용서와 화해로 재결합한 사랑, 어떤 종류이든 한두 가지 흠을 안고 끙끙대는 사랑이 삶의 현장을 반영하는 것이고 가슴에 와 닿는 것이다. 때로는 쓰라린 이별과 좌절의 아픔을 말하기도 하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은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고 공영방송들의 많은 시간을 차지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간절히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별이 그렇게 아름답게 우리의 가슴에 살아 있는 것은 그의 삶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한 청춘에서 끝나서 애절함과 청순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고, 실제의 삶에서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이상세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러한 삶에 대한 간절한 동경을 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존의 관념과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이고 창조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은 문학작품은 작품으로서의 생명이 길지 않다. 문학은 살아 온 삶의 방식이나 원칙으로 정해진 사고방식만을 고수하여 삶을 고정되고 정체되도록 하는 사명을 지닌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삶을 제시하고 그곳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는 사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세상을 제시하는 데에는 기존의 가치관에 익숙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원칙 속에 변칙과 반칙이 많이 섞인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해 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에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을 어느 정도 적절히 섞어 넣느냐에 따라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할 것이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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