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마 성모발현 등은 하느님의 현존에 대한 큰 증거
열두 사도 중 토마는 부활한 예수님을 그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성 토마는 예수님 옆구리의 창 자국을 만져보고서야 믿겠다고 했다. 예수님은 그에게 『보지 않고도 믿는 자가 진복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예수님과 함께 생활했던 사도도 믿지 않았던 사실을 2000년 후의 지금 우리가 그대로 믿기가 쉬운 일인가.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오시어 인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셨다는 사실이 그리스도교의 본질이다. 그래서 구세주와 부활을 믿는 것이다. 이것이 영원히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믿음에서 남에 대한 사랑이 나온다.
남동생 필립보가 지난 가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그 소식에 온 집안에 초상난 것 같았다. 걱정과 암울함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신앙심이 남다른 어머니도 당신이 암투병중인지라 기도 줄을 놓고 있었다. 동생 본인과 작은 누나만이 열심히 기도에 매달렸다. 대장을 15센티나 끊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말을 듣고 주치의를 만났다. 수술을 집도했던 젊은 의사는 『그래도 앞으로 1년, 1년반』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의사에게 화가 났다. 남의 생명에 대해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당장 그 병원을 나와 다른 한방병원으로 옮겼다. 한 후배가 그 병원이 암치료를 잘한다는 방송을 보고 소개해 주었던 것이다. 최근 5년간 가까운 어른 세분을 암으로 떠나보낸 터라 암에 대한 공포가 극도에 달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암에 관련된 책과 자료들을 많이 보게 됐다. 이들 세분이 모두 수술을 받고 1년 안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다만 어머니는 유방암 재발 후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어느 정도 건강을 유지하고 있어 주님의 각별한 은총으로 생각했다.
동생과 한방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아주 맘에 들었다. 동생도 마음이 아주 편하다며 치료를 받고 운동도 해서 금방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허리에 통증이 재발하면서 고통을 받았다. 한의사와 여러 사람들이 돌보아주는데도 고통중의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서울로 되돌아와 강남성모병원에 입원해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여기저기 동생에게 좋은 처방을 찾아 나섰다. 우선 사내 신자동료들에게 기도를 부탁드렸다. 그중 신심이 깊은 어느 분이 『하느님에게 납작 엎드리면 살려주신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알려주었다. 반신반의했다. 급기야 점쟁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었다. 가톨릭신앙으로는 말도 안 되는 줄 알고 있지만 동생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했다. 불쌍하기도 하고 암담하지만 기도밖에 도와줄 수가 없어 무력했다. 신앙이 깊지 못해 기도에 대한 어떤 응답을 받은 경험이 없었지만. 시간만 나면 주기도문 성모송 영광송만 중얼거리고 다녔다.
내가 기도나 처방을 부탁했던 여러 분들이 동생이 나을 것이라고 위로해 주었다. 이에 점점 동생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생은 강남성모에서 항암치료를 받기 전 최종검사에서 암이 말기이며 대장에서 간과 폐로 전이된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낙담하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이때서야 작은 누나가 오래 전 성령세미나에서 안수기도를 해주던 한 수녀님을 떠올렸다. 수소문 끝에 그 수녀님이 은퇴해 신내동에 「요셉의 집」이라는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온 가족이 여기에 매달렸다. 수녀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이름으로 안수기도를 해주었다. 「기적」이 일어났다. 1달 정도의 공동기도 후 병원에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간과 폐의 암덩어리가 거의 70%정도 없어져 주치의도 놀라워했다.
아직 완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회복될 것으로 믿는다. 일부에서는 기적은 예수님 시대에 권능의 증거를 보여주시기 위한 것이지 현대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이 기적이고 죽어서의 영생을 믿는 것은 기적을 믿는 것이다. 기적은 항상 일어나고 있다.
우리 교회는 이 기적의 증거를 내세우는데 너무 인색한 것 같다. 파티마 성모발현이나 루르드의 성수, 일본 아끼다 성모님의 눈물 등 많은 기적이나 이적이 하느님의 현존과 영생에 대한 얼마나 큰 증거인가. 집안일이지만 동생의 일을 경험하며 내가 체험한 일을 어떻게 알리고 도와드려야 할 지를 생각해보았다.
성서는 『오른손의 한일을 왼손에 알리지 말라』고 했고 예수님도 많은 이적에 대해 제자들에게 『아직 아무에게도 이일을 알리지 말라』고 몇 번씩이나 당부했던 일을 상기하면 헷갈린다.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다면 진복이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보고도 잘 믿지 못하니. 좀더 적극적인 증거를 보아야만 믿게 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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