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 동안 나는 금요일 마다 수원 경로수녀회의 수련수녀들에게 불어를 가르치러 다녔다. 가난한 노인분들을 섬기는 이 수녀회는 19세기 중반 복녀 잔 쥬강에 의해 세워졌는데 모원이 프랑스에 있어서 불어를 필요로 하였기 때문이다. 선배를 대신해서 땜질수업을 하러 처음 그곳에 갔던 날, 나는 보들레르의 「여행으로의 초대」에 나오는 「그곳」에 온 기분이 들었다. 고요와 질서와 아름다움이 있는 「그곳」 말이다.
선배가 미국으로 떠난 후부터 나는 매주 그곳에 가게 되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곳은 내게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수련원 양옆에 심어진 연보라색 꽃잔디들은 그들의 가난과 작음의 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고, 어쩌다 말을 걸게된 노인분들은 그곳이 천국이라고 말해주었다.
세계 각국의 수녀님들이 부모와 고향을 버리고 머나먼 나라에 와서 그토록 정성스레 노인분들을 섬기는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살던 세계의 모습과는 참으로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또 다른 천사들도 있었다. 어느날은 수녀원 앞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어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가톨릭 기사회에서 할머니들을 모시고 봄나들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 어느날은 수녀원내의 미용실에서 노인분들이 파마를 하고 있었다. 그날의 미용사들 역시 현직 미용사들로서 거기에 봉사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봉사자가 아닌 불어선생으로서 그곳에 가는 것이 점점 부끄러워졌다.
그러던 어느 초 여름날, 수련 수녀가 드디어 첫 서원을 하였다. 서원식이 끝나고 각 분원에서 모인 수녀들이 함께 점심을 먹는 시간, 오랜만에 만난 그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웃고 즐거워하였다. 그런데 하얀옷을 펄럭이며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이 문득 하늘에서 막 내려온 하얀 고니들의 무리로 비쳤다. 반면에 그 속에 서 있는 나는 한 마리 까마귀처럼 보였다. 그날의 초라한 내 모습은 나를 변화시키는 효소가 되었다. 나를 그곳으로 불러주신 하느님, 감사와 찬미받으소서!
-김애련 <베리따스.종교극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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