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주교회의 봄 정기총회에서는 한국 교회사 안에서 매우 의미 있는 논의와 결정이 이뤄졌다. 2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동안의 노고 끝에 마련된 우리말 새 번역 성서 「성경」의 발간이 확정된 것이다.
한국교회가 설립된지 3세기를 지나왔지만, 정작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를 천주교회가 독자적으로 우리말로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늦어도 올해 안에 발간될 「성경」은 원문에 대한 충실성에 더해 시대와 지역, 역사를 고려한 번역으로 그만큼 한국교회의 역량이 돋보이는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번에 새 번역 성서가 한국 교회의 공용 성서로 채택되고 발간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성서에 대한 더욱 뜨거운 열정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톨릭교회의 신앙유산은 성서와 성전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성서에 소홀해왔다는 것은 크게 반성할 일이다.
물론 교회 일각에서는 꾸준하게 성서공부를 해온 적지 않은 신자들도 있고, 특히 최근 들어서는 성서모임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대폭 늘어났고, 성서 필사운동, 성서 이어쓰기 등 성서를 매개로 한 다양한 신심운동 프로그램들도 본당에서 자주 실시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주일미사 참례 등 전례와 성사생활 만큼 모든 신자들이 성서를 가까이하고 있는 지를 생각해보면, 여전히 우리 신자들의 신앙생활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배우고 익히려는 노력은 미흡하기 그지없다.
성서는 우리 신앙생활의 지표이다. 그 안에는 창조주 하느님의 섭리와 무한한 사랑, 심오한 구원 역사의 전모가 담겨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가톨릭 신자가 전례와 성사생활을 형식적으로 지내는데 그친다면 우리의 신앙은 죽어 있는 신앙이 될 것이고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참 기쁨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성서를 통해 항상 일상 생활 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맛들이고, 묵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는 전례와 성사생활을 생동감 있게 해줄 것이고, 그 충만한 의미를 더욱 깊이 느끼게 해줄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성서를 개인적으로 읽고 묵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그에 앞서 해당 구절을 미리 읽으며, 시간과 정성을 들이는 성서 쓰기에도 참여할 수 있고, 여럿이 모여서 성서 나눔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열의와 노력으로 성서를 가까이 할 때 우리 신앙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때마침 새로운 번역의 공용 성서가 발간될 예정이니, 이 기회에 성서에 대한 우리의 애정을 더욱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