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부활대축일을 맞아, 온 누리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영광과 환희가 넘쳐나기를 기원한다.
오늘 우리는 가장 비천한 모습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인류의 죄를 구속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역사상 그 어떤 존재도 넘어설 수 없었던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고 일어선 바로 그 순간을 기념한다.
부활의 기념은 단지 그 유례없는 역사적 사건을 회상하고 상징적으로 기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교회에서 거행하는 기념의 행위는 그 위대한 구원의 업적을 그 때와 똑같이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년 똑같은 부활절을 맞지만, 언제나 새롭게 구세사를 체험하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성업을 매 미사 때마다 재현하고 체험한다. 미사 중에 사제의 손으로 거행되는 성찬례를 통해서, 우리는 인류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님의 희생을 재현하고 그 현장에 함께 하며, 그 살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써 위대한 구원의 역사에 동참한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은 그분을 따르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삶 한가운데 놓여져 있고 그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의 삶은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을 간직함으로써 현세를 하느님 나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에 불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과연 얼마나 그분의 부활을 신뢰하고, 그 구원의 손길에 민감한지를 성찰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부활이 전해주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과 신뢰를 얼마나 간직하고 있는지 우리는 깊이 되돌아봐야 한다.
세상을 향한 복음의 선포가 힘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이 부활의 희망을 얼마나 뜨겁게 열망하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의 일상 삶이 얼마나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 차 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의 미지근한 신앙을 돌아봐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 세상을 향한 복음의 선포이다. 부활의 기쁨은 단지 그리스도인들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온 인류를 향해 선포돼야 한다. 하지만 그 부활이 참으로 생명력 있게 선포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인들의 뜨거운 신앙의 모범이 필요하다.
부활하신 예수의 영광이 다시 한 번 온 인류에 희망의 메시지로 전해지기를 빌면서, 부활대축일을 함께 경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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