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시대적 사명인 아시아 복음화에 관심·투자 절실
지난 1999년 11월 6일, 인도 뉴델리에서 있었던 아시아 주교 특별시노드 폐막 미사에서 교황 요한바오로 2세는 교황 권고문 「아시아 교회(Ecclesia in Asia)」를 발표하였다.
새천년기에 아시아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이 문헌의 서론에서 교황은 첫 번째 천년기에는 십자가가 유럽 땅에 세워졌고, 두 번째 천년기에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세워졌는데, 세 번째 천년기에는 이 광활하고 활기찬 아시아 대륙에서 크나큰 신앙의 수확이 거둬질 것이라고 말하였다.
아시아 복음화에 초점을 맞춘 이런 문헌의 발표는 삼천년 대에는 아시아 교회의 성장 여부가 인류복음화 사업의 중요한 관건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이런 정황에서 이 문헌은 아시아 복음화가 더 이상 미온적인 상태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아시아인 스스로 자신들의 역할을 증대시키도록 촉구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60억을 웃도는 세계 인구 가운데 가톨릭 신자는 2003년 기준으로 10억 8600만 명이다. 그 10억 8600만 명 가운데 50%가 아메리카 인이며 26%가 유럽인, 13%가 아프리카인, 10%가 아시아인, 1% 남짓이 오세아니아 인이다. 한편 각 대륙별 인구 대비 신자비율은 아메리카 62%, 유럽 41%, 오세아니아 27%, 아프리카 17%이며 아시아는 3%에 머물고 있다.
세계 인구의 3분의2(40억) 이상이 살고 있는 아시아의 가톨릭 신자 수는 3%불과한 것이다. 통계에 나타난 수치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지만, 교황청 연감에 드러난 자료를 보면 아시아 복음화 작업이 왜 그리 절실한지 잘 알 수 있다.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 비율이 3%로 나와 있지만 필리핀, 베트남, 한국 등 몇 나라를 제외하면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들은 1% 미만의 복음화율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우리 한국교회는 복음화 비율이 전체 인구의 10% 정도에 이른 선교지역인데, 질적 성숙의 정도가 양적 팽창의 속도에 미치지 못하여, 이 점에 대하여 우리 교회 구성원들이 관심을 집중하도록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하여 신앙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거의 유일하다시피 안정적 여건에 있는 지역교회이다.
따라서 당연히 그에 걸맞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황 요한바오로 2세가 일찍이 1984년과 1989년 두 차례 한국을 방문 했을 때, 한국교회를 아시아 복음화의 선봉으로 여기고, 그 역할을 수행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 했었는데, 그 외에도 적지 않은 기회에 같은 뜻의 당부가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류복음화성 장관 세페 추기경이 『한국교회의 만개한 복음화 역량은 다른 지역교회와 나눔을 위해 쓰여지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교회의 외방 선교활동을 촉구한 바도 있다.
이제 한국교회는 선교에 대한 지평을 교구나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땅 끝까지 복음화」로 넓혀야 하며, 우리 자신이 아시아 교회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특히 세계교회로부터 끊임없이 요청 받고 있는 아시아 복음화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겠다. 20세기가 저물어가던 무렵, 그 동안 「땅 끝까지 복음화」의 대부분을 담당해 왔던 서방교회가 특히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역부족을 호소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왕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나마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행한 해외 선교는 주로 선교사를 파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사를 파견해 보았거나 선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선교사를 그저 파견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이제는 왜, 어디에, 어떻게, 언제, 무엇을 하러 파견해야 하는지를 먼저 조사, 연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오랜 역사와 깊이 있는 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종교의 본산지이기도 한 아시아에 대한 복음화를 위해서는 더더욱 치밀한 연구와 사전 준비가 필요할 터인데, 외방 선교에 관심이 있는 한국교회 성원들이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것을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가? 그것에 대하여 문의하고 교육받을 곳은 있는가?
지금부터라도 우리 교회의 시대적 사명인 아시아 복음화에 대하여 관심을 좀 더 증대시키고 투자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웃교회와 우리 것을 나누는 길도 되지만, 우리 자신이 더욱 풍성해지면서 이웃 지역교회와의 연대 안에서 공존하는 길도 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