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정을 지켜주는 요셉성인에게 차분히 전구할 기회 가져야
예수 부활대축일(3월 27일)의 기쁨 속에 3월도 지나갔다. 교회에서는 부활전 40일을 사순절 시기로 정해 신자들에게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금욕생활과 봉헌, 타인들을 위한 봉사 등 경건한 생활을 가르치고 있다.
3월이 교회에서 정한 성요셉 성월임에도 워낙 사순절과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특별한 기도지향 때문에 소홀히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일반 신자들은 보통 주님의기도, 성모송, 영광송, 사도신경 등을 암송하는 정도만 해도 바쁘기 때문에 성요셉 성월에도 교회가 정한 「성요셉에게 바치는 기도」 「성요셉 호칭기도」를 드리는 경우가 드물다. 더구나 사순절기간동안 판공성사를 보고 금식과 금욕을 통한 생활절제 등 경건한 분위기 속에 미사 때 「성요셉 찬양하세」 등 성가들 부르는 정도로 성요셉 성월을 보낸다.
이어 화사한 봄날의 5월이 되면 기쁨에 들떠 「성모성월」의 축제로 이어진다. 성모님과 요셉성인을 모시는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임종하는 이의 수호자이며 성가정을 지켜주시는」 요셉성인에게 차분히 전구할 기회를 가지려면 차라리 부활절이 지난 4월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순절, 부활절, 성요셉 성월을 지내고 기쁜 성모의 성월인 5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자들이 요셉성인을 접할 기회는 보통 성당에 들어갈 때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성호를 긋고 반대편에 있는 성 요셉상에 간단한 목례를 하는 정도다. 성당 안에 계신 요셉상에도 특별히 지향하는 기도를 드리는 예식에는 익숙치 않다. 묵주기도나 십자가의 길에서도 요셉성인이 등장하는 상황이 없어 일상에서는 거의 잊혀진 성인이다.
교회의 가장 큰 축제인 성탄 시기에는 말구유에 오신 아기 예수님을 보살피는 양부이신 요셉성인이 등장한다. 가톨릭 미술에서도 바티칸 베드로대성당에 서있는 그 유명한 「피에타」(비탄)상에서도 성모 마리아만이 있어 요셉성인의 존재를 잊는 경우가 많다. 요셉성인은 예수님이 30살이던 해부터 공생활을 시작되는데 바로 그해 61세로 돌아가셨기 때문에 성서에도 그 존재가 미미하다.
마리아의 예수님 잉태와 동정녀 마리아를 정배로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고향인 나자렛으로 돌아와 목수일을 계속했던 일, 예수님이 어릴 때 3일간 잃어버려 그를 찾아 헤매다 성전에서 학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 등이 거의 전부다. 성요셉에게 바치는 기도에는 『우리 주 예수님을 기르신 아버지시요 정결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이시며 임종하는 이의 수호자이신 성요셉께 간절히 청하오니 하느님께 빌어주시어 저희가 예수님을 사랑하며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또한 죽을 때에 저희를 지켜주소서』라며 임종하는 이의 수호자임을 분명히 고백하고 있다.
성요셉 호칭기도에는 『성요셉, 다윗의 고명하신 후예여, 성조들의 빛이여, 천주성모의 배필이며, 동정성모의 순결을 지키신 이여, 천주 성자를 기르신 이여, 그리스도를 충실히 보호하신 이여』라며 성인을 위치 지운다.
이어 『성가정의 주인이여, 지극히 의로우신 순결하신 지혜로우신 강직하신 순명하신 성신하신 요셉, 인내의 거울이여, 가난을 사랑하신 이여, 노동자의 모범이여, 가정생활의 자랑이여, 동정자의 수호여, 모든 가정의 기둥이여, 불쌍한 이의 위안이여, 병자의 희망이여, 임종하는 이의 수호자여, 마귀가 겁내는 이여, 성교회의 보호자여』라고 호칭한다.
마지막으로 천주의 어린양에게 『요셉을 당신집의 주인으로 삼으시고, 당신 모든 재산의 관리자로 삼으셨나이다』라고 찬양한 뒤 『형언할 수 없는 섭리로 요셉을 택하시어, 지극히 거룩하신 천주 성모의 배필로 정하신 천주여, 세상에서 성요셉을 수호자로 공경하는 우리로 하여금 천상에서 그를 전구자로 모시게 하소서』라고 기도한다.
따라서 교회는 요셉성인을 성가정, 병자, 노동자, 가난한자, 죽은이들의 전구자로 높이고 「가정을 위한 기도」에도 『가정생활의 자랑이며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요셉, 저희 집안을 위해 빌어주시어 모든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시며 언제나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다가 주님의 은총으로 영원한 천상 가정에 들게 하소서』라며 요셉성인의 전구를 요청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은 성모님과 성요셉성인을 함께 하고 있다. 조선교구 앵베르 주교가 수호주보를 「원죄없이 잉태하신 성모」로 해줄 것을 교황청에 요청하자 교황 그레고리오 10세가 1841년 성모님과 성요셉을 함께 주보로 허락했던 뜻을 다시 돌아보았으면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