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구 사제단과 교구민들은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을 제4대 대전교구장으로 모시게 되어 큰 기쁨과 함께 앞으로 교구의 내실과 발전을 기대한다.
유주교님을 교구장으로 모시게 된 것을 이렇게 기뻐하는 것은 단순히 그분이 넓은 학식과 깊은 영성을 지니셨기 때문만도 아니고, 그분이 첫번째 교구출신 교구장이어서도 아니다. 그분은 학덕에다 알맞은 연륜과 건장한 체력까지 겸비하였으니 경하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분을 새 교구장으로 모시게 된 것을 더 기뻐하는 것은 우리는 그분이 지니신 온화하고 소탈한 천부적 성품과 갈고 닦아 몸에 밴 따뜻하고 겸손한 생활 모습에서 그분은 그리스도를 닮은 착한 목자로서, 훌륭한 지도자로서 교구를 잘 이끌어주고 발전시켜 주실 분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그렇게 소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분이 교구장으로 갖춰야 할 자질과 덕성은 모두 익히 잘 아는 바이기에 더 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그래도 그분께 대한 아쉬움과 바람도 있어서 몇가지 적어본다.
첫째로 그분은 영육간에 너무 건강해서 육체적 병고나 나약함으로 인한 애로와 심적 혹은 영적인 상처로 인한 사제들의 아픔과 고뇌를 잘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교수와 총장으로서 사제 양성과 학구에는 풍부한 경험을 가졌지만 일선 사목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사목현장에서 당하는 사제들의 고충과 애로를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본당의 실정과 운영 등에 대한 애로점을 공감 할수 없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교구의 발전과 신앙의 성장은 교구장과 사제단, 성직자와 신자들간의 일치와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일치와 협력은 서로의 양보와 이해 없이는 그리 쉽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교구장의 가장 큰 직무 중의 하나가 이런 일치와 협력을 이룩하도록 교구민들을 계도하는 것이다. 이런 일치가 이뤄지도록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람들이 바로 사제들인데 사제들을 통솔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벼룩 세말 몰고 가기 보다 중 셋을 이끌기가 더 힘들다』는 불교의 전언이 있다. 이 말은 스님들은 신도들보다 개성과 신념이 강한 분들이어서 그들을 통솔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것과 장상의 직무 수행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고뇌와 애로를 잘 표현하고 있다.
사제들도 마찬가지로 사제들 상호간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교구장과 사제들, 성직자들과 신자들의 일치와 친교 없이는 교회도 교구도 발전할 수 없다. 그러기에 교구장은 관용과 자부적 사랑으로 모두가 (사랑으로 하나되어) 발전하는 교구가 되도록 이끌어 주어야 하고 그러기를 믿고 바란다.
오늘 한국에서 그리스도교는 천주교나 프로테스탄트 모두 외적으로는 크게 발전하고 그 영향력도 매우 크지만 그리스도의 이념과 그 실천이 아주 부족하여 외화 내빈(外華內賓) 형상을 이루고 있어서 아주 안타까운 현실이다.
유 주교님은 청빈과 내실을 생활하고 있으시니 이런 것들을 꼭 이뤄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유흥식 주교님! 저희 교구를 잘 이끄시어 사회와 국민들이 바라는 열린 교회, 그리스도를 체험할 수 있는 교구 신앙 공동체가 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그리 믿고 기도하며 협력하겠습니다.
-김동억 신부〈대전교구,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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