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와 온 인류가 눈물로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보낸 지금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분의 뜻과 믿음을 본받아 더욱 충실하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천하고 선포하는 일이다. 그것은 가톨릭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개인으로서나 단체적으로나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평생의 과업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이제 새 교황의 탄생을 기도로써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새 교황이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다소간 경박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들은 교황과 교황 선거 과정이 지니고 있는 섭리적인 측면보다는 권력과 지위에 대한 흥미를 바탕으로 후임 교황의 탄생을 권력에 대한 추구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시각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 때 보여준 충실하고 정확한 보도, 교황에 대한 지극한 존경심과 따뜻한 애정을 퇴색케 하는 보도 자세여서 다소간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에 따라 교황청은 최근 콘클라베가 마무리될 때까지 후임 교황에 대한 일체의 언급을 하지 말도록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콘클라베는 물론 인간적인 행위이다. 인간의 손으로 인간을 선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인간적인 판단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이 개입하는 섭리적인 행위이다. 따라서 새 교황의 탄생을 기다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도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교황직은 「종들의 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서 봉사하는 최고의 봉사직인 것이다.
오늘날 세계와 인류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처럼 호소했던 참된 평화와 형제애의 건설은 아직도 요원하고, 생명과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참된 그리스도교 신앙이 수시로 위협받고, 아직도 그리스도의 복음을 접하지 못했거나, 완고하게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새 천년기를 맞은 보편교회는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을 걸어가려는 열의를 가슴에 품고 이러한 교회 안팎의 과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 여정에서 새로 탄생할 교황은 교회와 인류를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올바른 길을 걸어가도록 인도해야 한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그리스도인을 포함한 전 인류를 이끌어갈 새 교황의 탄생이 임박했다. 4월 18일부터 시작되는 콘클라베를 보편교회의 모든 신자들과 함께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은 기도로써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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