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가 더욱 적극 민족과 세계평화 위해 앞장서야
마태오 복음 12장 22절 이하를 보면, 사람들이 마귀가 들려 눈이 멀고 벙어리가 된 사람 하나를 예수님께 데려 오자 예수님께서 그를 고쳐주신다. 그 기적을 보고서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그는 마귀의 두목 베엘제블의 힘을 빌어서 마귀를 쫓아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헐뜯는 장면이 있다. 그들의 생각을 알아채신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신다.
『어느 나라든지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망하고 어느 동네나 집안도 갈라져서 서로 싸우면 지탱하지 못한다』
마귀들조차도 분열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이 이야기에서 우리는 분열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의 주변 정세가 사뭇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국가정세나 세계정세의 흐름에 대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한 필자같은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니 뭔가 다르기는 분명 다르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된 「동북공정」이라는 낯선 프로젝트를 통해 고구려 역사가 중국 변방의 역사의 일부분뿐이라는 중국발 충격이 얼마 전에 있었다. 우리 측의 강력한 대응으로 더 이상의 확전은 없는 듯 보이지만 우리 주장대로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 공정은 물밑에서 진행 중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요즘에는 동해 건너서 일본으로부터 오는 만만치 않은 충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독도에 대한 그들의 주장과 교과서 개정 문제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요즘의 공방은 그 정도의 심각성이 우려를 자아낸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의 감정적 대립이 첨예해지는 작금의 상황은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만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동아시아의 정세가 술렁이고 있는데 이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술렁임일까? 이 술렁임으로 인해 어느 한쪽에서라도 평화에 균열이 생긴다면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가 있을텐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하면 정치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한 안목은 필자에게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아쉽고도 또 아쉬운 것은 세계의 강대한 힘이 우리 주변에서 서로 부딪치며 불꽃 튀는 경쟁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여전히 분열되어 있다는 현실이다. 남북간의 오랜 분단으로 인해 반쪽이가 된 우리는 정상적인 날개짓을 할 수 없었고, 그 반쪽 안에서마저도 자신의 이익에 따라 지역과 집단간의 서슴없는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것이다. 오랫동안 눌려져 왔던 목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다양한 주장들이 각기 꽃을 피우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패러다임이 창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 이곳의 평화 여부가 주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 민족이 하나 된 모습으로 안정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 주변의 안정과 평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된다.
우리 민족이 변화된 시대에 걸맞는 패러다임을 짜고, 민족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함에 있어 우리 교회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분단과 분열의 장을 극복하고 민족의 통합을 이룩하는데 교회는 그 빛과 소금의 역할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남북의 분단 상황을 극복하는데 교회가 더 연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심화되고 있는 남쪽의 분열 상황을 완화시키고 다양성 안에서도 일치와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을 교회 안에서 마련할 수는 없을까?
삼국지의 「칠종칠금」 고사에서 제갈량이 남만의 왕 맹획을 생포할 때 썼던 두 번째 방법이 적을 분열시키는 것이었다. 자중지란을 일으킨 적은 자기들의 왕을 스스로 생포해서 제갈량에게 바친 것이다.
이런 고사에서 우리는 분단과 분열의 상태에서는 스스로 굳게 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화를 창조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민족의 통합을 걱정하는 교회의 고민은 우리 민족만의 번영을 위한 것이 아님을 앞서 얘기한 바 있다.
따라서 우리 교회가 더욱더 적극적인 자세로 지혜와 힘과 역량을 모아 민족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민족의 평화를 위해서 뿐만이 아니라 나아가서 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위한 스스로의 역할수행에 대해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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