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작은 도시 파싸우(Passau) 주관으로 독일-미국 문화교류축제가 개최되었다. 각종 행사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해 질 때부터 해 뜰 때까지」라는 연주회가 있었는데, 연주회 당일 해가 지는 바로 그 시간(저녁 7시45분쯤)부터 다음날 해가 뜨는 시간(아침 5시47분쯤)까지 밤을 세워서 공연되는 파이프 오르간 연주회였다.
특히나 파싸우의 파이프 오르간이라고 하면 교회 오르간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르간으로서 233개의 소리단추(Register)와 1만7688개의 파이프를 가지고 있다. 주교좌성당안에 5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는데, 성당 뒤쪽 중앙에 있는 「중앙-오르간」, 그 옆으로 각각 「복음-오르간」과 「사도-오르간」, 제대 쪽에 「Chor-오르간」, 그리고 성당 천장 가운데에 「성령-오르간」 이렇게 5대의 오르간을 각각 연주할 수도 있으며, 또한 한 연주대에서 동시에 연주할 수도 있다.
당시에 이미 이 오르간으로 초청 독주회를 갖게된 덕분에 오르간의 복잡한 구조를 알고 있었고, 또한 우연히 이 도시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이 연주회를 도와주어야 할 처지였으면서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주회를 방문하고 또 밤새워 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수 백명의 사람들이 「해 질 때부터 해 뜰 때까지」 주교좌성당을 떠나지 않았다. 앉아 있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 가져온 이불이나 여행용 의자에서 쉬는 사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편한 그들의 모습은 오르간 음악을 매개체로 한 육체와 영혼의 쉼이요, 문화적인 창조요, 인격의 교류며 꾸밈없는 기도였다.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의 재즈까지 장르와 형식에 있어서 폭넓게 연주된 그 음악만큼이나 그들은 정신적 이해와 지평을 풍성하게 향유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침내 해가 뜨면서 음악이 잦아들었을 때 새벽을 비추는 태양을 바라보며 성당을 나서는 우리들의 마음엔 삶을 향한 새로운 음악이 울리고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아름다운 기쁨이 풍성하기를 비는 마음을 안은 채 바로 그 날 한국을 향해 추억의 도시 파싸우를 떠나왔다.
최 호 영(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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