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로마식 전례의 고유한 성가로 인정하며, 같은 조건이라면 이 성가가 전례 행위(의식)에서 첫 자리를 차지한다」(전례헌장 116)고 가르친다.
과연 그레고리오 성가는 교회음악의 역사 안에서 9~12세기에 그 전성기를 맞이했고, 중세 다성음악과 르네상스 음악에서는 「정선율」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후 19세기부터 프랑스 솔렘(Solesmes) 수도원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히 연구되었고, 20세기 후반부터는 특히 기호학을 토대로 한 「고대수사본」이 주요 주제로 등장하였다.
그렇다면 그레고리오 성가는 그레고리오 대교황(590~604)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작곡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대교황 시대에는 아직 그레고리오 성가가 형성되지도 않았었다.
그레고리오 대교황 시대에 불려졌던 「고대 로마 성가」가 알프스 북쪽 지방으로 전해져서 오랜 기간의 형성기간을 거쳐 약 9세기 후반에 그레고리오 성가의 레퍼토리가 어느 정도 확정되었었다. 즉 그레고리오 성가의 전신이 「고대 로마 성가」이며, 그레고리오 대교황 시대에는 이 성가가 전례에 사용되었었다.
그러나 10세기에 기록된 고대수사본 중의 하나인 하르트커(H)에는 그레고리오 대교황을 그레고리오 성가의 작곡자로 전하는 전설적인 그림을 수록하고 있다. 즉 교황의 어깨에 않은 비둘기가 교황의 귀에 들려주는 멜로디를 베드로라는 차부제에게 받아적게하는 그림이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전례음악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권위를 그레고리오 대교황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레고리오 대교황은 Antiphonarium이라는 전례음악서를 편찬하였으며 Schola cantorum이라는 음악학교를 세워 전례음악 교육에 대한 열정을 아끼지 않으셨다.
그레고리오 대교황이 교회음악에 쏟으셨던 권위있는 열정과 관심이 어느시대보다 절실하게 오늘의 우리 교회에서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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