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음악도 연주자에 따라 다양하게 연주되는데, 교회음악에 있어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드러난다. 연주자가 갖는 음악적 이해, 연주 기량뿐만 아니라 전례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신앙의 개인적인 성향조차도 여실히 반영된다.
가끔 다양한 단체가 노래하는 그레고리오 성가를 비교하면서 듣게 된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의 대표적인 수도원의 수사님들의 노래, 그레고리오 성가를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단체의 노래…. 일반적으로 수사님의 노래는 음악적 결점이 군데군데 발견되면서 세련되지 못한 인상을 받는다. 반면 전문단체의 노래는 기름지고 화려면서 깔끔하다. 그러나 풍요롭지는 못하다. 오히려 수사님들의 가난한 노래가 풍요롭다. 어딘지 모르게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듯하다. 같이 앉아서 기도할 수 있다.
많은 성당의 성가대를 보면서도 같은 경험을 많이 한다. 음악적으로 화려한 구성원이지만 「합창단」이라는 인상을 주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음정도 맞지 않기도 하고 화음도 어색할 때도 있지만 오히려 전례적이기에 기도를 전해주는 「성가대」가 있다.
대축일만 되면 라틴어로 된 어렵고 긴 미사곡만을 고집함으로써 대부분의 신자들을 지루하게 만들기보다는 가능하면 함께 노래하고 함께 기도하는 것이 성가의 본질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성가대는 성가대이지 결코 합창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으로 부르는 성가, 기도로 바치는 노래가 아름답다. 꼭 4부가 아니더라도 단선율로 모아 부르는 멜로디가 더 풍성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성가를 부르는 것은 연주가 아니라 기도이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노 성인도 고백록에서 가사의 내용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부르는 성가가 주는 헤아릴 수 없는 감동을 말씀하셨다.
전례헌장 112항은 성음악에 대해서 이렇게 가르친다.
『…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를 지향하는 성가의 목적을 고려하면서…』
최호영 신부 (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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