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베품이 아닌 나눔의 정신으로 선교활동 임해야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 19~20).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주신 마지막 사명이다. 우리는 이것을 교회의 선교사명이라 말하며 나아가서 이 말씀으로부터 교회의 본질은 선교라는 신학적 각성도 하게 된다. 「땅 끝까지 복음화」가 교회의 보편적 사명이라는 토대 위에서 우리는 한국천주교회의 선교영성은 어디에서부터 출발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 생명체의 일생 안에는 탄생과 성장 그리고 자립과 공생의 과정이 있는데 인간은 부모의 사랑을 통해 탄생하고 부모를 비롯한 형제, 친지 스승 등과 같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한다. 때가 되면 자립하게 되고 나아가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모색하게 되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아 나간다. 이러한 자립의 때가 되면 성장과정에서 함께 해준 부모, 형제, 친지, 스승에게 감사할 줄 알게 되고 은혜를 갚고자 하는 보은(報恩)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교회라는 생명체의 삶의 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교회는 선조들의 그리스도교 진리에 대한 학문적 탐구열이 신앙의 씨앗으로 발전하여 탄생된 공동체이다. 성장과정에서 순교로써 신앙을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열심함과 더불어 그 여정에 함께 했던 이웃교회들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움들도 있었다.
한국천주교회 탄생 200여년이 되는 시점에서 오늘날까지 30여년 동안 우리 교회는 마치 청년기의 활발함에 도달한 것 같은 왕성한 성장을 체험하고 있다.
신자수를 비롯한 외연의 성장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소자의 증가와 활발한 사회참여 등을 통해 그 영향력도 증대되었다. 이 시기가 바로 인간의 청년기 즉 성장하기까지 부모를 비롯한 무수한 타자(他者)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인식하고 비로소 감사와 보은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때가 아닐까?
이처럼 청년으로 성장한 우리 교회가 이웃과의 공생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2003년 한국천주교회 교세통계를 살펴보았다. 특히 해외선교와 관련된 통계를 집계해보면서 「땅 끝까지 복음화」에 대한 우리 교회의 자화상의 일부분을 볼 수 있었다.
통계(한국인만 집계)에 의하면 교구사제 3000여 명 가운데 34명(1.1%, 해외선교활동 비율), 수도.선교회 사제 460여명 가운데 55명(11.1%), 수도회 수사 750여명 중 24명(3.2%), 수녀 9300여명 중 420여 명(4.5%)이 해외선교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이를 합산해보면 전체 포도원 일꾼 1만3510여명 가운데 533명(3.9%)이 선교사로 활동 중인 셈이다. 통계에 잘 드러나지 않는 평신도 선교사도 다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포도원 일꾼의 숫자만으로 살펴 본 자화상의 일부분이지만 500명이 넘는 우리 선교사들이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 더구나 요즘의 해외선교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를 볼 때 그 수치는 앞으로 더욱 상승될 것이라 본다면 이는 매우 기쁘고도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고, 해외선교에 대한 더 큰 투자와 활동중인 선교사들에 대한 관심과 실질적인 도움이 확대되어야 하겠지만 어느덧 장성한 청년교회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우리 교회의 모습이 감사롭고 우리 스스로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해외선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실질적인 활동영역도 증대되는 상황을 맞으면서 활동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영성을 확립하는 일이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 교회는 우리 문화와 정서에 맞는 선교영성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천주교회에서 해외선교가 시작되어야 하는 출발점은 앞서 언급한 「감사와 보은」의 정신이 아닐까 한다.
물론 하느님께 감사하고 보은한다는 차원에서는 동·서 간의 선교에 대한 근본정신이 다를 수 없지만 이웃교회 수많은 타자(他者)에 감사하고 보은한다는 정신은 서방교회에서 선교를 시작할 때 찾아볼 수 없는 정신이었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며, 이 차이에서 선교는 일방적인 베품(복음의 전달자)이 아니라 나눔(복음의 발견자)이라는 현대적인 선교영성이 나오는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을 우리 선교사들에게 감사드리며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거듭나고 있는 우리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감사와 보은을 실현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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