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황우석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에 이어 최근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를 발표해 전세계가 떠들썩했다. 세계에서 첫 번째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함으로써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황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이른바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질병 치료의 새로운 전망을 열었다고 국내 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언론들은 특히 이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에 앞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큰 업적을 이룩하고 있는 황박사 연구팀의 선전에 온갖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나라의 연구 성과에 대해 시샘하는 선진국들의 과학계와 정치계가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소식을 아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이러한 보도들에서 이 연구가 야기하는 심각한 윤리적 차원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결코 주목하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찬사 일변도의 기사 말미에 과학의 진보를 두려워하고, 불치 및 난치병 환자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보수적 집단의 이기적 발목잡기 정도로 묘사할 뿐이다.
지난해와 올해 거듭된 배아복제 연구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그것은 국내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이 앞장선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성과를 보이는 듯하면서, 이제 여러 나라에서 배아줄기세포 연구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유엔 총회에서 이른바 치료용 복제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인간 복제 금지 선언문이 채택된 것은 비록 각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법적 구속력을 지닌 협약의 형태는 아닐지라도 이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같은 결의안이 지닌 의미를 완전히 무시한채 치료 목적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계속할 뜻을 표명했으며,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를 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결국 이제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인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조장하는 배아 복제 선진국이 됐고, 훗날 역사는 우리나라에 반생명적인 연구 행위를 선도한 책임을 묻게 될 것이다.
생명윤리법의 독소 조항들, 정부의 정책 방향 등을 바탕으로 배아 복제 연구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 안에서 그 윤리적인 측면에 대한 거의 아무런 고려도 성찰도 없다는 것이다.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자주 우리 사회의 생명의식 상실을 개탄하곤 한다. 가장 미소한 인간 생명 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이런 사회 풍토 안에서 국민들의 생명의식이 살아있으리라고 어찌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대책은 지금 세워도 늦다. 더 이상 생명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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