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는 인간의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위대한 바퀴를 단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따스한 5월의 햇살을 마중하러 거리로 나선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자 햇살 대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매캐한 배기가스가 우리를 반긴다.
차도 옆 인도의 울퉁불퉁한 보도 블럭 위를 퉁퉁거리며 유모차를 밀자 막 단잠이 들려던 아이가 깬다.
보도 블럭은 그래도 참을 만 하다. 인도까지 점거하며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비켜 가려면 할 수 없이 유모차를 밀고 차도로 내려 갔다가 다시 인도로 올라 와야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도의 차와 차도의 사람. 주객이 전도되었다. 이번에는 유모차를 밀며 길을 건너려는데 횡단보도는 보이지 않고 육교 뿐이다. 바퀴가 위대한 문명의 유산이라고? 이런 상황에서의 바퀴 달린 유모차는 남자 조차 들기 버거운 짐짝일 뿐이다.
유모차를 들고 육교의 수십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니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바퀴를 단 자동차는 신나게 도로 위를 달리는데 왜 바퀴 위의 사람은 이렇게 푸대접을 받아야 할까. 유모차를 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휠체어 위의 장애인들을 생각해 보았다. 도시의 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잘 만날 수 없는 건 당연한 지도 모른다. 휠체어 위의 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홀로 시내 도처의 장애물을 극복하며 목적지에 도달하는 게 가능할까. 비장애인도 파란불이 켜지면 바쁜 걸음으로 한달음에 건너야 하는 횡단보도를 장애인이 혼자 휠체어로 건너는 위험천만한 일을 감행할 수 있을까.
물리적 불편함에 더하여 그들이 겪는 심리적 상실감은 무엇으로 보상될 것인가. 휠체어는 장애인 뿐 아니라 초고령자도 이용하는 보편적인 통행 수단이다. 우리의 생활권 곳곳에 바퀴를 위한 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하다. 이제 우리 바퀴 위에 앉아서 세상을 다시 보자.
김석(라파엘.화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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