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한 회사로부터 직원을 채용하고 싶으니 여학생을 한명 추천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기왕이면 용모단정한 학생을 보내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외모는 평범하지만 마음이 예쁘고 성실한 학생을 보냈다. 그런데 담당자로부터 학생을 한두 명만 더 보여주면 그 중 한 명은 꼭 채용하겠다는 연락이 다시 왔다.
「보여주면??!!」
나는 우리 반에 그 보다 더 괜찮은 학생은 없으니 채용할 의사가 없으면 그만 두라며 전화를 끊었다. 왠일인지 그 학생은 채용이 되었고 능력을 인정 받아 얼마 안 돼서 진급도 했다.
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성형외과부터 찾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을 방송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내 보낸다. 하지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방송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굴이 예쁘면 실력이 부족해도 톱가수가 되고 말을 잘 못해도 인기 프로의 사회자로 발탁되는 현상, 외모가 실력이나 전문성에 우선하는 갖가지 사례를 방송 스스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의 팬클럽에는 외모와 무관한 분야의 「얼짱(얼굴 예쁜 사람)」들이 네티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얼짱 운동선수, 얼짱 정치인, 얼짱 경찰에다 급기야 얼짱 강도까지…. 그나마 얼짱 테러리스트, 얼짱 살인범이 등장했다는 말은 없어서 다행이다.
동서고금의 인간사에서 미모가 어느 정도 중시되어 온 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개성과 내면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배제한 허구적, 획일적 외형에 치중되고 있다.
외모보다는 자신감과 열정으로부터 생겨나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해보자. 인터넷의 얼짱 콘테스트에 등장하는 차가운 인형같이 각색된 미인보다는 개성있는 표정과 따뜻한 목소리를 지닌 미인을 우리 주위에서 찾아 보자. 진정 예쁜 사람은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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