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협이 펼치는 ‘아가운동’ 통해 가정성화 일궈야
며칠 전 신문에서 「유학 탈선 주범은 경기침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마 해외에 자녀들을 유학 보낸 학부모들이 이 기사를 읽었다면 혹시나 내 자식이 아닐까 하여 가슴을 쓸어 내렸을지도 모르겠다. 기사에 의하면 일부 유학생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과감하게 유흥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현지 생활 정보지에 성매매 광고를 싣고 조기유학에 나선 중고교생은 현지인과 원조 교제로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한다. 호주 시드니를 비롯해서 뉴질랜드, 캐나다, 뉴욕 등지에서 경기 침체로 인해 이런 현상들이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접하면서 두 가지 점을 생각하게 된다. 첫째는 경제 회복의 문제다.
정부는 올해부터 모든 정책을 경제 살리기에 「올인」한다고 밝혔지만 1.4분기 경제 성적표는 2.7%성장률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빠진 것이 담배 사재기 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과연 경제 살리기의 의지조차 있는지 궁금해진다. 왜냐하면 경제 문제가 정치 논리로 매몰되는 현상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완화 문제를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의 의견충돌을 보면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
수도권지역이라고 해서 애써 유치해온 외국인 투자의 공장을 지을 수 없고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는 규제들을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풀지 않고 있다면 경제는 언제 살아날지 걱정이다. 또 총액 출자한도 제한이라는 대기업규제를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풀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외국인 투자는 유치하려 하면서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산 규모가 크다고 해서 투자를 못하게 하는 규제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세계는 서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들을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누가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 밖에 투자를 꺼리게 하는 강성노조의 형태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될 수 없는 상황에 대하여 정부는 이제 할 일을 해야 한다. 불법 파업에 대하여 법을 지키도록 하고,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갖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웃 중국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결국 국내외 기업투자의 활성화를 통해서 경제가 건전하게 회복되도록 해야지 소비를 부추겨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발상은 앞뒤 순서가 바뀐 것이라고 본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수출이 이끌어왔는데 환율이 떨어지고 고유가라는 악재까지 겹쳐 향후 수출 증가율마저 급락하고 있어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해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 경제의 전망치를 작년 11월말 5.9%에서 4.5%로 대폭 내리더니 지난 24일에는 다시 4.3%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우울한 전망을 보면서 멀리 유학 나가 있는 어린 학생들의 탈선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말문이 막힌다.
둘째는 윤리교육의 문제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생활비 지급액이 줄어든다고 해서 성을 매매해서 공부를 하겠다면 이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요 윤리 교육의 부재를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을 팔기보다는 힘들여 노동하고 땀 흘려 학비를 벌어 공부할 때, 그 유학은 값진 것이고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릴적 가정에서부터의 신앙교육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느님을 알고, 기도하고, 성서를 읽으며 부모와 대화하면서 자랐다면 어떠한 어려움을 당하더라도 탈선의 길을 가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각종 청소년 범죄의 원인은 모두 가정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가정의 성화부터 근본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평협에서 펼치고 있는 「아름다운 가정, 아름다운 세상」 즉, 「아가운동」이 더욱 이 시대에 절실함을 절감하게 된다. 아가운동은 바로 매일 저녁 가족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성서 읽고, 대화를 나누자는 운동이다. 기도와 성서말씀을 통해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정, 부모와 자녀가 그날그날 있었던 이야기, 고민거리를 서로 대화로 풀어가는 가정에서는 절대로 탈선하는 자녀들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신앙으로 굳어지지 않은 어린 자녀들을 조기에 유학 보내기 앞서 부모들은 철저하게 신앙교육을 통하여 세상의 어떠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도록 무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경제문제는 정부가 앞장서서 풀어 나가고 부모들은 신앙교육으로 자녀들을 탈선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이 가슴 아픈 뉴스가 언제쯤 끝이 날는지 안타깝기만 한 현실 앞에 기도로 주님께 도움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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