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청년 신자에 대한 체계적 신앙교육 계획 마련해야
지난 봄 창립 25주년을 맞이한 서울대교구 교육국 소속의 가톨릭중등교육자회는 어떻게 하면 우리 청소년들이 보다 즐겁고 기쁘게 청소년기를 살아가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부터 「중등교육 실태분석 및 해결방안 탐색」이라는 설문조사 보고서를 펴냈다.
학생들이 응답한 내용들 가운데 종교적 배경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는 몇 가지 문항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고 여겨진다.
요즈음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맞물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는 주제인 인간복제에 관해서 학생들은 90% 가까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었다.
그런데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낸 학생들을 종교별로 보면, 불교가 6.4% 개신교 7.3% 그리고 천주교가 11.6%로 나타났다.
천주교신자 학생들이 이런 주제에 대해 관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돈이 생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남을 돕기도 하고 그 돈을 보람 있게 쓰겠다고 대답한 학생들이 개신교의 경우에 37%, 불교 30.6%인데 비해 천주교 학생들은 28%에 불과한 것은 또 무슨 이유일까? 부모님들이 은퇴했을 때 경제적 지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개신교 학생들의 경우 82.1% 불교 78.4%인데 천주교 학생들은 75.9%로 나왔다.
생명의 기원에 관한 질문, 즉 창조론과 진화론의 주제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현저하다. 개신교 학생들의 경우에 21.2% 만이 진화론을 그리고 48.9%가 창조론을 선택한 반면에, 천주교 학생들은 44.9%가 진화론을 그리고 19.7% 만이 창조론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주교 재단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신앙교육은 대체로 본당의 주일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고서의 내용은 그동안 주일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교리교육이나 신앙교육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음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왜 인간복제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점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자기 소유의 재물을 이웃을 위해 기꺼이 쓸 수 있는 넓은 마음과 노후의 부모에 대한 자식의 존경과 효도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이 분명한데, 우리 청소년들은 다른 종교의 청소년들보다 이런 점에서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하느님이 온 세상을 창조하셨을 뿐 아니라, 이를 보존하는 분이시라는 사실에 대해 확신도 없고, 진화론이 안고 있는 한계성에 대한 정확한 지적도 하지 못한 채 우리의 청소년들을 방치한 것은 아닌가?
이러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을 찾아내는 일은 부질없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리교육과 신앙교육을 위한 장기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일일 것이다.
많은 일들 가운데 한가지만을 예로 들자면, 주일학교의 교육을 비전문적인 자원봉사자들에만 의존해온 그동안의 관행에 대한 검토가 아닌가 한다.
이들이 감당하고 있는 희생이 고맙지만, 학업이나 직장의 업무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문성을 갖추라고 무조건 강요할 수 없다.
교회 구성원 모두가 「교회를 세우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때가 왔다. 교회를 세우는 일은 성당건물을 신축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성전이 봉헌될 때마다 가슴 벅찬 감격을 맛볼 수 있지만, 성전이 지어지는 동안 주일학교 교육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방치되는 등 가슴 아픈 일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베드로 전서 2장의 말씀처럼, 우리가 세워야 할 교회는 모퉁이 돌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 있는 돌들인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완성해야하는 성령의 성전인 것이다. 타 종교에 비해 우리 교회가 노화현상을 심각하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청년 신자들에 대한 교육 투자를 소홀히 하였던 우리 모두의 방심의 열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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