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1981년 일본 프로야구의 한국인 선수 장훈이 개인 통산 3000안타를 달성한 후 외친 말이다. 그러한 영웅적 업적은 아니더라도 주변에 알리고 싶은 자신만의 자랑거리가 누구든 하나 쯤 있을 법하다.
생일도 무덤덤해진 중년의 나는 매년 2월 8일이 되면 생일을 맞는 어린 아이처럼 으쓱해진다. 2001년 2월 8일은 바로 내가 20여 년간 하루에 1갑 반 쯤 피워 온 담배를 끊은 자랑스러운 「금연 기념일」인 것이다. 나는 누구도 못 말릴 구제불능형 중증 흡연자, 즉 골초였다. 회의중이나 수업중, 또는 영화 관람중에도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한대 피우던 기억, 심지어는 미사중에도 담배 생각이 간절해 신부님의 말씀에 집중하지 못하고 좌불안석이 되던 한심한 기억들….
주변의 수많은 금연 권고도, 매스컴의 수많은 경고도 나에겐 마치 소귀에 경읽기와 같던 중, 금연에 대한 각별한 의지를 불태우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남보다 늦은 결혼과 늦게 가지게 된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었다. 나와 가족들의 소중한 건강을 생각하며 우여곡절 끝에 결연히 담배와 결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수 십 가지의 발암물질로 가득한 길이 10㎝의 담배. 그 담배를 하루에 1.5갑(30개비)씩 1년 동안 피우면 자그만치 그 길이가 1095m로 63빌딩(249m)의 4배가 훨씬 넘는다. 또한 2000원짜리 담배를 하루에 1.5갑씩 피우면 1년 동안의 담배값이 100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정작 금연에 성공하면 100만원에 비할 수 없이 좋은 일이 많이 생기지만 그 중 가장 뿌듯한 소득은 자신의 건강과 의지력에 대한 자신감일 것이다.
난치병을 다스릴 새로운 의학에 귀 기울이기 전에 정작 우리 스스로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 지 되짚어 볼 때다. 이젠 정말 담배부터 끊어보자. 나와 내 가족으로부터 금연에 성공한 『당신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김 석>라파엘.화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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