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생명의 존엄성이 자칫 완전히 땅에 떨어질 위기상황에 놓여있음을 볼 수 있다. 가장 미약한 생명에 대한 폭력은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제거하고 말 것이며, 인간 배아 살해가 환영받는 작금의 사회 풍토는 이러한 우려의 핵심에 있다.
한국주교회의 교리주교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는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담고 있다. 성명서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지닌 비윤리성에 대해서 생명 수호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비판하고, 이는 결국 생명의 파괴행위임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가장 신랄하게 비판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생명윤리 의식이다.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는 이번 성명서와 관련해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특별히 신앙인들이 과연 생명 수호를 위한 자신들의 소명을 충실하게 실천해 왔는지를 성찰했다.
부끄럽게도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얼마나 반생명적인지, 그 연구로 인해 야기되는 배아 살해가 낙태에 준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임을 잘 알고 있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본당에서는 미사 시간에 신자들의 기도를 통해서 황우석 교수가 노벨상을 받게 되기를 청하기도 했다.
생명의 주님을 고백하는 가톨릭 신자들이 왜 주님이 주시는 사랑과 생명의 계명을 거슬러 살아가고 있는가? 더욱이 그것이 인간 생명을 해치는 문제와 관련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리 신자들은 이렇게도 무관심하고 무감각한가? 생명을 살리는 삶을 살지 못하면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황우석 교수와 그 연구진들에게, 그리고 그를 지원하고 지지하는 생명산업계와 정부 정책 입안자들을 향한 비난의 화살은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돌려져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고 실천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교회 밖에 서 있는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주교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가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에 열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한 것은 가장 먼저 한국 천주교 신자들을 향한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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