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이익추구
인간의 삶과 핏속에 깊이 뿌리내린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의 논리가 정치적인 무대에 적용되지 않을 리 없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사 어디에도 적용되지 않은 곳이 없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깊이 들어가 보면 인간의 의식과 삶의 구조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권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나라의 인권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듯이 보이는 선진국들도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약소국을 침략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을 짓밟기를 예사로 했던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로 미국을 들어보자.
미국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개방주의, 시장경제의 사도로 자청하면서 이것을 지구촌 모든 나라에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그 땅에서 살던 2천만 명 인디언들을 무참히 짓밟은 사실을 만나게 된다. 그 결과 오늘날 순수 인디언은 겨우 몇 만 명 정도만 남아 있다.
남의 땅에 이주해 온 백인들은 힘이 약할 때에는 협상으로, 힘이 강할 때에는 배신과 무력으로 영역을 넓혀가다가 마침내 원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온 땅을 차지했다. 지금도 모든 일에서 자국의 이익을 철저히 앞세우고 있다.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선과 악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어버렸다.
영국도 2차대전 전까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무력으로 확보한 식민지의 선량한 원주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가했다. 이 점은 프랑스나 스페인도 다름없다. 독일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곳에서는 그랬었지만 그 영역이 좁은 것에 불만을 품고 1,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약소국들이 독립을 쟁취하는 데에 일조를 했다.
중국도 과거에 그랬다가 힘에 부쳐 외세에 오랫동안 시달렸고, 이제는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 일본 역시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시아에 큰 고통을 주었다가 원자폭탄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손을 들었다가 다시 욕망을 추스르는 중인 것 같다.
개인과 국가의 자주와 품위는 그것을 지킬 수 있는 무력, 금력, 지력, 도덕적 힘이 확보될 때 가능하고, 이러한 것을 확보하는 일은 만만찮은 것이다.
원칙을 지키면서 성실하게 쌓아올리는 것으로 가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은 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서 여전히 변칙과 반칙이 난무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원칙만으로 번영의 삶이 가능하기까지는 아직도 인류가 걸어가야 할 길이 아득하고, 닦아야 하는 수련의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전헌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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