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의 분위기 속에서 지속돼 왔던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싸고 그 성과를 윤리적인 관점에서 성찰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반대 성명서 발표에 이어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강론 자료가 언론에 거론되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배아줄기세포를 지지해오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보다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성찰이 늘고 있음에 대해서 환영한다.
배아 복제 연구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던 과정 안에서 이 논란은 여러 차례 재연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그리고 올해 5월 20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결과 발표에 이르러서는 생명과학과 관련해 생명윤리의 측면은 더 이상 거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천주교회의 강력한 입장 표명에 따라 생명윤리 논의는 조금씩 국민들에게 성찰의 여지를 제시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명윤리 논쟁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제 좀 더 진지하게 이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가톨릭 교회측에서나, 혹은 황우석 박사로 상징되는 국내의 생명과학과 산업계 모두에게 마찬가지이다. 가톨릭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물론 이 문제는 근본적인 생명권에 관한 것이기에 양보도 타협도 있을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배아 살해를 야기하는 배아 복제 연구,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교회는 이러한 교회의 입장이 단지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한 종교 집단의 아집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배아의 생명권은 천부적인 것으로 결코 어떤 종교나 신념으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교회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과 진지한 대화와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
배아 복제 연구를 지지하는 생명과학자들은 이제 자신들이 무시해온 윤리적인 문제들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설사 연구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명제로 귀결된다 할지라도 윤리적인 문제는 반드시 건너야 할 강이다.
그렇기에 이제 우리는 진지함이 요구된다. 과장과 기만으로 여론을 오도하려 하지 말고 인간 생명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논의에 임해야 한다. 과학자와 의학자는 본질적으로 인간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면 결국 과학은 인류를 해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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