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 되었다는 축구. 오직 공 하나면 할 수 있고 경기규칙 조차 단순해서일까. 축구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조차 그 시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상당수의 스포츠가 부자나라의 귀족문화에서 유래된 분명한 역사를 갖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가난한 마을의 뒷골목에서 곧 잘 탄생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
많은 스포츠가 선진국의 전유물이거나 국력 경연장인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강대국이 곧 스포츠 강국이라는 등식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구촌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에서만은 잘 일치하지 않는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선진국도 강대국도 부자 나라도 아닌 이 세 나라는 오직 축구에 대한 열정 만으로 총 17회의 월드컵 중 절반이 넘는 9회의 우승을 일구어 냈다. 과거 자신들을 지배했던 유럽 국가들의 우승 횟수를 모두 합한 8회보다 많은 것이다.
한편, 놀랍게도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카메룬은 각각 1996년과 2000년의 올림픽 축구에서 우승하며 머지 않아 월드컵도 제패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피지배국이 지배국을 이길 수 있는 희망, 약소국이 강대국을 넘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는 꿈, 전쟁을 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전승국의 긍지…. 바로 이런 것들을 우리는 축구를 통해 성취할 수 있다.
축구공은 무릇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인간에게 전쟁의 무기 대신 내리신 평화의 전령이 아닐까. 축구황제 펠레는 그의 은퇴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과 함께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리며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합창하였다. 축구를 통해 인류가 화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6월은 월드컵의 계절이다. 전쟁과 재해가 할퀴고 간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이 축구를 통해서 치유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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