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따라다니는 회개
회개하고 또 회개해도
이제 그런 말은
그만 하자고 외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욱더 그렇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모두 깨끗하게 다시 태어났다. 하느님의 은총과 교회의 중개로 묵은 죄를 모두 용서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하느님께서는 무한한 은총으로 우리를 구원과 기쁨의 삶으로 인도하셨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구원의 삶을 기쁨으로 살아가는 것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그저 감사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수행하면서 살아가면 된다.
그런데 회개해야 한다는 것이 늘 우리를 따라다닌다. 거룩한 미사를 봉헌할 때에도 언제나 참회의 예절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나에게는 필요 없는 전례라고 주장하지도 못한다. 회개하고 또 회개해도 나는 더 이상 회개할 것이 없으니 이제 그런 말은 그만 하자고 외치지 못한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욱더 그렇다. 세례를 받고 다시 태어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에 언제나 섞여드는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의 굴레에서 벗어 나오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러하기 때문에 교회와 정기적인 신앙생활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그마저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더 진창으로 빠져들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수도자나 성직자들이 바치는 기도서가 원칙과 지혜를 강조한 잠언이나 지혜서 또는 집회서로 구성되지 않고 시편으로 이루어진 것은 시편이 원칙과 변칙 그리고 반칙이 뒤섞인 인생의 진면목을 좀 더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50개의 시로 구성된 성서의 시편에는 슬픔과 기쁨, 고통과 환희, 호소와 찬미, 비탄과 감격 등 인생살이에서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측면이 들어 있어서 그것을 읽으며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공감의 세계로 빠져들어 위안과 구원을 느끼고 믿음과 희망으로 하느님의 사랑을 찬미하게 된다.
구약성서가 교훈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나약한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리라. 하느님께 대한 순종과 불순종, 인간에 대한 사랑과 속임수, 전쟁과 평화 등 인간의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신약성서에서 전하는 예수님의 삶에 도전과 파국이 있고, 드라마틱한 사랑과 고통으로 점철된 인생살이의 자취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강력한 매력이 있다. 그분은 파격적인 말과 행동의 변칙과 반칙 안에 언제나 사람들과 하느님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의 원칙을 고수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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