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순례길”
-어버이날 장미 한송이 ‘감동’
비오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즐겁게 순례에 임해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 성당서 주일미사 봉헌
오랜만에 햇살이 퍼졌다.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에서 맞은 아침은 맑은 하늘을 자랑했다. 거기에 상쾌한 바람까지 부니 순례단원들의 기분은 최고. 마침 어버이 날이라서 이곳 다뉴브 여행사 김진수(수산나) 사장이 장미꽃 한송이씩을 자매들에게 선물했다.
카네이션을 구하려고 비엔나 시내를 한시간이나 헤맸으나 살 수가 없어 장미로 대신한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감격했다.
날씨가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 일행이 체코의 프라하를 거쳐 바르샤바-크라코프-슬로바키아-부다페스트-비엔나로 오는 내내 비가 왔다. 「빗속의 순례길」. 얼핏 들으면 낭만적일 것 같지만 우산들고, 보따리 메고 돌아다니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도 순례단원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즐거운 기분으로 순례에 임했다.
차가 도나우강을 끼고 서쪽으로 달린다. 강건너 편에 이색적인 건물이 있어서 물으니,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건축가 훈델트 바서의 작품이란다. 그는 「직선은 죄악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건축물로서가 아니라 예술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까닭에 건축물 모양이 특이하다는 것이다.
황무지였던 땅에 쓰레기 소각장을 그처럼 멋지게 지어 놓는 바람에 지금은 최고의 주택가가 되었다는 설명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뿐인가. 비엔나에 많은 국제기구가 있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임대료가 큰 건물 하나에 월 1유료를 받는다니 놀라운 일이다.
유엔기구가 들어오면 방위비를 들이지 않아도 유엔이 지켜 줄테니까 「무료로 빌려주어서는 안된다」는 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이처럼 적은 액수를 받는 다는 것이다. 유엔기구가 들어서면 회의 참석차, 관광객이 몰려오고 그들이 쓰는 경비가 경제에 도움을 크게 줄 것이라고 판단한 당국자들의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부러웠다.
순례단 일행은 멜크수도원으로 가는 도중 유람선을 타게 됐다. 이 고장은 포도주로 유명한 곳이라기에 취향에 따라 포도주와 맥주를 마시며 순례에서 생긴 피곤함을 달랬다. 귓전에는 요한슈트라우스의 도나우 강이 맴돌고….
비엔나에서 70km쯤 떨어진 멜크는 바벤브로크 왕국의 수도였다고 한다. 이곳에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의 바로크식 수도원인 멜크 수도원이 있다.
이 수도원은 가장 융성했던 시절 바벤브로크 왕가가 12세기 초에 베네딕토회에 기증했으며, 교육사업과 10만권에 가까운 장서를 가진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마침 예수승천대축일이었으므로 우리 일행은 서둘러 몬트세로 향했다. 오후 5시에 그곳 주교좌 성당에서 주일미사를 지내기로 약속이 돼 있기 때문이다. 몬트세 성당은 사운드 오브 뮤직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여정을 서둘러 잘츠부르크로 가서 모차르트 생가와 잘츠부르크 대성당을 둘러 보았다. 인구 14만명인 이 도시는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았다.
류철희〈전 서울 논현동본당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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