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신자들의 판단, 교도권 가르침 따라야
지난 5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발표 이후 우리 사회는 온통 황우석 열기로 가득했다. 『대한민국, 생명과학 혁명이 일어났다』 『황우석 또 세계를 놀래키다』 『신의 손 황우석, 질병 고통에서 인간 해방』 『황우석 노벨상 추진특위 구성 계획』 『무한대에 가까운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언론의 이같은 일방적 보도행태는 황우석 교수를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고 국민들의 눈과 귀, 입은 철저하게 황교수 찬양일변도로 길들여졌다.
언론의 맹활약으로 황교수의 연구에 대한 찬반양론에 대한 토론까지도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던 즈음에 어느 외신 가지의 인터뷰 요청을 받고 만난 적이 있었다. 그 기자는 필자와 악수를 나누면서 대뜸 『한국 천주교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건네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요?』 필자는 잘못 알아들었나싶어 되물었고, 결국 기자의 질문 의도를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다.
그 외신 기자가 필자를 찾아온 이유는 이러했다. 필자를 찾아오기 3일전, 기자는 서울의 어느 큰 성당을 찾아 주일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 몇 분에게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신자들은 하나 같이 행복을 가득히 머금은 모습으로 『난치병이 극복된다니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황우석 교수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가슴 뿌듯하다』 『황우석 교수가 존경스럽다』 등의 황교수 찬양일색이더라는 것이었고, 기자는 『천주교의 입장이 달라졌나?』하는 매우 의아한 생각으로 필자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물론 가톨릭교회의 입장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반대 입장의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서울대교구의 정진석 대주교는 교구 사제들에게 배포한 강론 자료를 통해 『인간배아에 대한 조작, 파괴행위는 일종의 살인행위와 같다』고 강도 깊게 비난하면서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였던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주교회의 성명서와 본당미사에서의 강론을 통해 가톨릭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여기면서 반대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당수의 신자들은 오히려 교회의 가르침을 비웃기나 하듯이 『일부 주교들의 의견일 뿐』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있으니 이러한 우리 사회의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마태오 복음 19장이 전하는 예수님과 부자청년 사이의 대화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마태 19, 16) 부자 청년이 예수님께 던지는 이 질문은 실상 모든 사람의 삶에 근본적이고 피할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젊은이는 윤리적 선과 자신의 삶의 완성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다고 느꼈고, 그 연관성을 예수님의 답변을 통해 확인하기를 원했다. 완전하고도 결정적인 대답을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그리스도뿐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청년에게는 예수님이 윤리규범 그 자체였으며, 자신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실 수 있는 분이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그 청년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윤리규범 그 자체이시다. 예수님의 삶 자체가 온전히 우리들 삶의 모범이며 따라서 언제나 성실하게 지켜지고 한결같이 실천되어야 하는 일종의 교과서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에게, 진리의 성령의 특별한 도우심과 함께 그 규범들을 해석하는 임무를 맡기셨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예수님께서는 『저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다』(루가 10, 16)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교회의 일치는 신앙의 진리를 반대하거나 왜곡하는 그리스도인들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윤리적 의무를 소홀히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도 손상된다』(진리의 광채 26항)고 말씀하셨듯이 신앙과 윤리생활을 촉진하고 보존하는 것은 신자들의 교회적 삶의 핵심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사도들에게 맡기신 과업이며, 끊임없이 사도들의 후계자들의 직무를 통해 전달되고 발전되는 것이다.
최근 자주 쟁점이 되고 있는 몇몇 생명윤리의 문제들에 대한 신자들의 태도 역시 교도권의 가르침과 전혀 동떨어질 수 없다. 『교회는 윤리 원칙들을, 사회 질서에 관한 것까지도, 언제나 어디서나 선포하고 인간의 기본권이나 영혼들의 구원에 요구되는 한 그 어떠한 인간 사항들에 대하여서도 판단을 내릴 소임이 있으며』(교회법 제747조 2항) 이에 신자들은 따라야할 의무가 부여된다면,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교도권의 가르침과 신자들의 판단 및 행동이 서로 어긋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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