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회 연대 활동 절실”
「전후=해방 60년, 한일국교 수립 40년-21세기 동아시아의 화해와 공생」을 주제로 한 제11회 외국인등록법문제 국제 심포지엄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재일본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월 20~22일까지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에서 열렸다. 한국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일본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함께 하고 있는 「외등법문제를 취급하는 전일본 그리스도교 연락협의회」의 요청으로 총무인 이기우 신부와 상임위원인 최홍준 한국평신도사도직협의회 사무총장을 파견했다.
외국인 등록법문제 국제심포지엄은 「재일 코리안의 인권」을 주제로 1990년 일본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외국인 등록법은 90일 이상의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등록증을 항상 휴대할 것과 5년에 1회 등록갱신 때 지문 날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1980년대에 재일 한인교회를 비롯한 일본 교회들을 중심으로 재일 외국인의 지문 거부운동이 번져갔고, 84년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한데 이어 86년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 기독교협의회(CCA)가 일본을 방문해 이 문제를 세계 교회에 알리게 됐고, 이같은 운동과 연대가 발판이 돼 심포지엄이 열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본 정부는 1993년 1월 재일 한국인 등 영주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제도를 폐지했다. 「재일 코리안」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이 외등법만은 아니지만, 이 법이 핵심이므로 국제 심포지엄에서 이를 중심과제로 여겨왔고, 지문 날인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는 같은 외등법의 관리 하에 있는 남미 출신 등 외국인 노동자에 주목하며 전후 배상과 21세기 한일간의 공동 과제로 관심의 폭을 넓혀갔다.
올해 심포지엄은 일본 주교회의가 파견한 가톨릭중앙협의회 복음화추진부장 이시가와 하루코 수녀 등 2명의 가톨릭 대표를 포함한 30여명의 일본, 재일교회 대표와 백도웅 목사(NCCK 총무) 등 21명의 한국측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한국-일본-재일 역사의 공유 문제를 다룬 A그룹과 한국-일본-재일 교회의 공동과제를 다룬 B그룹의 분임토의에서는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종교인들의 사회교리 실천에 관한 논의와 함께 40년 전에 체결된 한일협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일본 내에서도 이와 같은 양심적인 목소리를 내는 종교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참석자들은 심포지엄에 앞서 조선인 강제 연행과 노동의 역사 현장인 유바리 탄광을 방문해 고난의 역사를 확인하고 함께 기도하며, 진지한 협의를 통해 화해와 공생을 향해 함께 걷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1905년 을사늑약으로 일본이 한국을 실질적으로 식민지화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고, 한국의 해방과 일본 패전 60주년으로서, 일본이 그 역사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데 대해서도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22일 전체회의에서 채택한 선언문은 『3일간에 걸친 협의를 통해 우리는 한국, 일본, 재일 교회의 연대활동이 더욱 필요하며, 이 연대활동이 지역사회와 국가를 넘어서 공동체의 안정과 평화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일본이 남북한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사람들과의 화해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성실한 사죄와 개인 보상을 통해 역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한일국교 교섭의 기록 문서를 전면적으로 공개할 것 등 10개 항을 제시했다.
22일 폐회행사에서 이기우 신부는 『보편적인 일에 반드시 일치하고, 방법적인 일에 관용을 베풀며, 무엇보다 일본-재일-한국교회 사이에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제12회 심포지엄은 2006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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