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 신앙자유와 순교자 현양사업에 적극 동참해야
사람이 사는 데 망각이 없다면 참으로 힘들 것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아픈 상처들을 잊어버릴 수 있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만큼 망각은 우리에게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6.25전쟁일 것이다. 올해는 6.25 발발 55주년이 되는 해이고 이미 반세기가 흘러간 세월 속에 「잊혀진 전쟁」이 되고 있다.
아직도 휴전선을 따라 남북이 군사적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북의 핵무기 문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우리의 의식 속에는 그때의 일들이 점점 잊혀지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남쪽에서 신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우리 신도들이 6.25 전후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신 분들을 잊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더구나 북쪽에서는 신자들이 자유롭게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을 애써 외면하려는 이기적 삶을 살고 있음에 대하여 무엇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인가.
6.25 전후 공산당에 의해 납치, 학살된 성직자.수도자.평신도들의 정확한 숫자마저도 아직 모르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숫자로는 성직자의 경우 세분의 주교님을 포함하여 80여분에 이르고, 수도자들까지 합치면 182명이다. 순교 당시의 상황과 그분들에 대한 증언과 기록마저도 매우 부실하다. 그때의 목격자들이 연세가 들어 타계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증언을 채취하고 기록으로 정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6.25 55주년을 맞아 교회 내에서 차츰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먼저 지난 6월 2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북한의 신앙 자유와 6.25 순교자 현양을 위한 특별기도회」가 개최됐다. 탈북자가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증언한 것을 비롯, 미국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에 큰 역할을 했던 두 명의 연사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촉구하였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며 신앙의 자유가 없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고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교회에 맡기신 예언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어 정진석 대주교님과 북한지역 출신 신부님 20여분의 공동집전으로 6.25순교자 현양을 위한 미사가 봉헌됐다. 이 자리에서 정대주교님께서는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저로서는 북한 땅 지하에서 목자도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신자들을 생각하면 하느님 앞에 송구스럽고 그 분들에게 어떻게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6.25를 전후해서 공산당에 의해 순교한 분의 숫자와 사례를 열거하시면서 참회와 회개의 눈물을 지으시며 몇 번씩이나 강론이 중단되기도 하여 참석 교우들도 숙연한 분위기속에 참회와 보속의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대주교님께서는 매일 그분들을 위해 묵주기도를 드린다면서 북한 신자들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자고 제안하셨다. 자비로우신 성모님께서 파티마에 발현하시어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가 이제는 한반도에서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사 중 성전 왼쪽벽에 걸린 순교한 세분의 주교님들 대형사진과 「주여, 사로잡힌 우리 겨레를 남녘땅 시냇물처럼 돌려 주소서」라는 시편의 구절이 쓰인 현수막이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가 되어 강한 소명감을 불러일으켰다. 밖에서는 6.25 전후 북한 지역에 있던 교회의 역사와 성당, 건물, 순교자들의 사진과 자료들을 전시하여 이날 참석한 2300여명의 평신도들의 무관심과 망각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 하나의 행사는 오는 7월 3일 예술의 전당에서 빵과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 동포들을 돕기 위해 개최되는 평화콘서트다. 이 자리에 탈북동포들을 초대해 그들을 위로하고 한 형제로서의 사랑을 나누게 된다.
우리 천주교는 개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탈북동포들에 대한 지원과 도움이 적은 실정이다. 탈북 동포들을 대상으로 선교도 하고 성소자를 발견하여 북한 복음화의 일꾼으로 키워가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 우리는 막연히 민족화해만 외칠 것이 아니고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교회의 재건을 위한 준비를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 그 하나로 통일 동산에 「민족화해센터와 성당」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거기에는 6.25전후 교회사 연구와 순교자들을 기리기 위한 현양탑도 마련된다고 한다. 또 남북 장관급회담에서도 6.25전후 북한 천주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생사 확인과 유해 송환 등이 논의 되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 금년만이라도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모든 신자들이 기도로, 헌금으로, 노력 봉사로 각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북한 동포들의 신앙 자유와 순교자 현양사업에 뛰어들기를 간절히 주님께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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