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내공이 덜 싸인 스텝이나 배우들은 셰익스피어나 몰리에르, 괴테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극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해서 공연하면 마치 자신들의 입지가 극작가들을 따라 올라간 것처럼 우쭐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리고 돈이 된다고 하는 장르가 하나 성공하면 너나 할 것 없이 극단 창단시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같은 시류에 휩싸인다.
특히 우리전통연희는 비하하고 서양의 것에 빠져들고 있다. 저 좋아서 빠져드는 것이야 말할 것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 것을 비하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저마다 제 나라 특유의 전통문화?예술을 차별화 하여 문화상품화 하는 요즈음 같은 시대에 넌센스다.
유럽에서 비교적 늦게 연극을 하기 시작한 독일연극인들은 처음엔 프랑스의 신고전주의 연극을 번역해서 공연하다가 『왜 우리는 프랑스 연극을 답습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고 그 다음에는 영국연극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왜 우리는 외국연극만 답습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갖고 독일연극 만들기를 시도했다. 「노도와 질풍」이라고 번역되어 알려진 그룹이 그 선봉이다. 결과는 그들이 만들어 낸 「낭만주의 연극 의 탄생」이었다. 남과 우리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노도와 질풍」의 정신은 존경할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에 동경유학생들에 의해서 서양연극이 들어왔다. 물론 그 당시의 우리 전통은 강제로 끊기는 수모를 겪었다. 그리고 해방이 된 후 한국전쟁을 겪고 지금까지 서양연극 흉내 내기에 몰두해 왔다.
지금 이라도 우리연극 발전을 위해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우리대학들은 서양연극학과가 압도적인가?』 『왜 우리나라의 극장들은 모두 서양의 공연예술을 위한 건축물뿐인가?』 『왜 우리나라 전통연희분야 원로들은 연극적으로 전통을 이어가려는 뜻을 반대하고 원형보존만 고집하는가?』….
박은희 <연출가·교육연극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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