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 배려에 감사”
-성모발현성지 반뇌서 미사봉헌
부슬비는 그칠줄 몰랐다. 그 부슬비 때문에 우리 일행은 더욱 을씨년스러움을 느꼈다.
채찍질 당한 예수님상에서 피가 흐르는 기적이 일어난 후 찾아오는 순례객들을 위해 지은 비스 성당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화려한 로코코 양식이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다음날인 5월 11일 우리 순례단은 푸른 초원 위에 늘어선 그림같은 집들을 보며 에탈수도원을 찾았다. 어머니와 아들의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을 형상화한 성모자상 때문에 15세기이래 순례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바이에른 황제 루드비히(1 314~1347)가 성모마리아께 이곳에 수도원을 짓겠다고 맹세한 후 약속대로 1330년 4월에 수도원 건립공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수도원은 40년 뒤에 완공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에탈은 「맹세의 계곡」 「약속의 계곡」이란 뜻을 지녔다고 한다.
마지막 순례지 반뇌로 가는 길목에 로덴버그와 하이델베르그가 버티고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이델베르그 고성 정원 한쪽에 노년의 괴테 동상이 서 있었다. 괴테는 독일에서 쉴러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대시인이다. 괴테는 명문가문에서 태어났고 쉴러는 가난한 시골 태생이었지만 두사람은 그림자처럼 함께 활동 했었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그런데 명성을 드날렸던 두 사람이 임종을 앞두고 남긴 마지막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에게 빛을…』(괴테) 『모든 것이 충분했다』(쉴러)
무언가 아쉬워 하는 괴테의 말, 지난 생애가 너무도 감사했다는 쉴러의 말로 이해되는데 자란 환경이나 경력으로 미루어 보면 두 사람 말이 바뀌어야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믿음의 눈으로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더 보람된 것인가를 자꾸 비교해 보며 순례단 일행은 반뇌 성모발현 성지로 발길을 돌렸다.
반뇌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성지로 개발되기 전에는 숲이 우거지고 인가도 드문드문 있는 외딴 마을이었다고 한다.
마리에뜨에게 성모님이 처음 나타나신 것은 1933년 1월 15일. 이후 7번이나 더 발현하신 성모님은 『나는 구세주의 어머니, 하느님의 어머니다』 『기도를 많이 해라』 등의 메시지를 남기셨다. 5월 14일 오전 8시30분. 그 거룩한 땅에서 우리 순례단은 미사를 봉헌했다. 각자 마음 속으로 지향하는 바가 성모님을 통해 하느님께 전달되어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기도하면서….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성지에서 봉사하는 우리나라 수녀님을 만난 것이다. 40년 가까이 봉사하고 계시는 김젬마 수녀님. 가난한 이들과 병든이들을 돌보느라 수녀님의 손은 거칠대로 거칠어져 있었다. 그 손을 잡고 차마 놓기가 아쉬워 순례단은 아껴쓰던 경비를 그 손에 쥐어드리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만 했다.
주일에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야하는 관계로 순례단은 14일 오후 6시 프랑크푸르트 발토로메오 대성당에서 봉헌된 특전미사에 참례하기로 했다. 이 미사는 「외국인의 날」 행사로 봉헌되는 뜻깊은 미사였다.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장엄하고도 흥겨운 분위기 때문에 두 주일에 걸쳐 2500km 이상을 버스로 달려온 우리 순례단 단원들의 피로가 한꺼번에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글을 마치면서 2년전부터 순례를 기획한 민흥기(바오로) 단장과 신원식(베드로) 회장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또한 의미있는 순례가 되도록 많은 도움을 준 가톨릭신문사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앞으로 동유럽 순례를 계획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이번에 우리 일행이 밟았던 여정을 감히 추천하고 싶다.
류철희 <전 서울 논현동본당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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