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에 나타나는 현상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양극의 현상」이고 「빈익빈 부익부」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상식을 뛰어넘는 고가의 관람료를 지불하는 공연물에 관람객이 넘치는가 하면, 무료관람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물질적.정신적 빈곤으로 인해 관람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만 4년간 지방의 한 공립극단의 예술감독 직을 맡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공립예술단체는 사립단체에 비해 관람료를 저렴하게 하거나, 무료초청공연을 기획해서 공연예술 관람인구의 폭을 확대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곧, 단체창단 때에는 그렇게 시도했다가 사립단체들의 항의로 사립단체들과 같은 액수의 관람료를 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립단체들의 주장은 무료공연에 관람객을 뺏겨 자신들이 자생하는 데에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결론은 왜 꼭 「무료 아니면, 사립단체와 같은 액수의 유료」여야만 했는지…. 어쨌든 필자는 주어진 여건 속에서 공립예술단의 문화예술교육기능확장을 의무감으로 믿고, 단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3시 이후 묵묵히 늘 그 자리에 비어있는 단체연습실을 이용하여 「어린이.청소년 연극교실」과 「시민연극아카데미」도 무료로 개설했다.
사실 필자는 「교육연극」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1992년 여름방학부터 한결 같이 연극교실을 열어 오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1년 365일 다양한 연극교실을 열고 싶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학교 후에 학원에 가야하고, 필자 또한 365일 무료연극교실을 열고 있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최근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부지원으로 여기저기 다양한 무료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많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적 빈곤」과 함께 「연극은 공부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또 하나의 산처럼 가로 막고 있다.
박은희(연출가.교육연극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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