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니는 인도의 안전 보장해야
인도와 파키스탄은 바로 인접한 국가이지만 엄연히 다른 나라다. 종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르고 국민들이 서로 싫어하는 것도 생각보다 심각하다.
인도와 차도는 어떤가. 인도와 차도 역시 바로 인접해 있지만 완전히 다른 부류가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행인들의 차지고 차도는 크고 작은 자동차들이 자유로이 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정해진 구역에서 행인들이 차도를 건널 수는 있지만 아무 때나 아무 차도에서 걸어 다닐 수는 없다.
이런 규칙은 미개한 나라일수록 물론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인도와 차도의 차이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것은 질서 의식이 없는 것이고 공중 도덕이 부족한 것이고 그래서 선진국이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도심의 한복판으로 자동차와 행인과 오토바이와 심지어 소 돼지 오리떼 같은 동물까지 한데 어울려 사이좋게 왔다갔다 하는 광경도 볼 수 가 있다.
아예 인도와 차도가 나누어져 있지 않은 도심지를 가진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들을 통털어 우리는 개발도상국가니 미개국이라고 부른다. 이런 나라에서 가장 빠르고 유능한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현상은 동남아나 중남미의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볼 수가 있다(우리가 오토바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가라오케」 같은 단어같이 일본 사람들이 만든 단어인것 같다).
오토바이는 선진국에도 이용자가 많지만 정확하게 차도를 이용한다.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면 그 당장 잡혀서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든지 경찰서 영창 신세가 된다. 파키스탄 사람이 인도에서 마음대로 행세를 못하듯 오토바이가 인도를 달리는 선진국은 없다.
우리나라는 그래서 아직 선진국이 못되는 것인가. 내가 고국에 살면서 이상하게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인도를 종횡으로 누비는 오토바이의 횡포다.
나는 자가용 차가 없어 급한일로 택시를 타는 경우가 아니면 전철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일 인도를 많이 걷는 편이다. 그러나 고국에서 인도를 걷는다는 것은 어지간한 다른 나라에서 인도를 걷는 것과 사뭇 다르게 모험적이다.
여유롭게 사람들이나 주위를 구경하며 혹은 혼자 생각에 잠겨 유유히 낭만적으로 걸을 수는 없다. 바로 마귀같은 그 오토바이가 어느 순간, 어느 구석에서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장면 배달이나 퀵서비스를 위한 전문적인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물론 싸고 빠르고 편리하다고 젊은이고 늙은이고 아무대서나 시동을 거는 것이 오토바이다. 이들은 차도에서도 질주하는 자동차 사이를 서커스 하듯 이리저리 누비지만 인도에 들어서서도 행인들 사이사이를 기술좋게 누비며 달려서 행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을 보고 누구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차도로 운전하라고 하면 웬 미친놈인가 하고 욕이나 먹을까봐 그런것일까. 이제는 오토바이가 행인인지 아닌지를 선언할 때가 된것이 아닐까.
내가 인도를 많이 이용해서 인지 인도가 인도같지 않은 곳도 너무 많다. 한참 걷다보면 갑자기 인도가 무수한 자동차의 주차장이 되어 있기도 하고. 물론 아무도 화를 내거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고국의 행인들은 모두가 성인군자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인도가 가난한 인도보다 못한 곳도 많다. 오토바이만 피한다고 행인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인도가 무슨 요술부리는 집이나 유령의 도시 물결치는 바다 표면같이 슬그머니 오르락 내리락 거리기가 일 수 이고 평탄하기 보다는 여기저기 보도 블록이 빠져서 갑자기 움푹 파여진 곳도 부지기수다. 한발 한발 조심해 걷지 않으면 발목이 부러지거나 길 한복판에서 넘어지는 불상사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행인이 행인의 기본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 모두 함께 가난한 인도를 총력으로 사수하자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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