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태아가 돈벌이 수단
몇 달 전 MBC 「PD 수첩」에서 「환자가 거래되고 있다」는 제목으로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앰뷸런스 업체와 병원이 서로 짜고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즉 119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전화를 도청해서 먼저 사고지점이나 환자의 숙소에 민간 환자 수송단 차량이 도착해서 환자를 빼돌린다(?)는 것이다.
환자를 담보로 거래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게는 20만원에서 50만원, 많게는 20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환자를 담보로 거래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응급 처치 기구도 없이 기사 혼자서 환자를 거래 병원으로 수송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 환자 수송단 차량과 환자 수송을 위한 병원 차량을 조사해 봤더니 간호조무사도 없이 기사만 있다. 응급조치 기구도 없다. 더군다나 가까운 병원에 가지 않고 거래 병원으로 가야 되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건 말건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이다. 그래서 종종 환자가 목숨을 잃을 때도 있다고 한다.
비단 생명을 거래하는 것은 이런 것뿐만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낙태 행위 또한 생명을 담보로 거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임신주기에 따라서 수술비용에 차이가 있지만 대개 낙태수술 비용은 적게는 50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 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는 낙태시술로만 월 3000만원에서 4000만원을 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내 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낙태건수는 연간 150만에서 200만건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한해 낙태 800만 건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2년 전에 서울 명동에서 낙태시술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모임에 참석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연간 600만건에서 800만건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낙태천국」이다. 정말이지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많은 태아들이 수술대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니 말이다. 그것도 생명을 보호하고 살려야 할 의사들의 손에 의해서 죽어 가고 있다니.
얼마 전에는 저출산율 문제로 보건복지부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낙태율을 낮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련의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얼른 듣기에는 이해가 안 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모든 산부인과에서 무료로 낙태시술을 해 주어야 한다』는 법을 만들면 낙태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말이다.
그렇다면 낙태를 정당화하란 말인가?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는 무조건 공짜로 다 해주라는 말인가? 그런 말이 결코 아니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상업적 이윤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낙태시술로 인해 얻어지는 물질적 이윤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시술의 유혹에 빠져 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낙태시술로 인해 얻어지는 상업적 이윤이 전혀 없다면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시술을 하겠느냐는 말이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 모두가 그렇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어쨌든 필자가 말하고자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보다 자신의 선택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죄한 태아의 생명권보다 자신의 행복 추구권을 더 앞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생명을 상업적 이윤의 목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은 불행하지만 이렇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생명을 담보로 돈벌이라니. 이래도 되는 것인가?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돈이 생명의 가치보다 더 높다는 말인가? 상업적 이윤이 인간 생명의 존엄성 보다 더 가치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명의 존엄과 가치가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제 「생명의 진리」를 찾아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생명의 가치」를 발견하기란 하늘에 있는 별 따기보다도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오히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돈과 권력이 인간 생명을 장악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 생명의 존엄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
이제 물건을 팔아서 돈 버는 것은 식상한가 보다. 땀을 흘려 농사를 지어서 돈 버는 것은 이제 싫은가 보다. 「생명」을 담보로 돈 벌이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생명」마저도 사고파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생명」이 거래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생명이….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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