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탐욕의 수단으로 악용
『현 세상에서의 구체적 삶을 시작하게 되는 인간 육체 자체는 그것이 인간의 전체 가치를 포함하지도 못하며 영원한 삶으로 부름 받은 인간의 최고선(supreme good)을 나타내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어떤 의미로 볼 때는 인간의 육체 또한 생명의 「근본가치」를 지닌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육체적 삶 속에서 인간의 다른 모든 가치가 생성되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수정란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무죄한 인간 생명권이 갖는 불가침성은 바로 창조주로부터 생명의 선물을 받은 인간에 대한 바로 그 불가침성의 표징이며 또 요구이기도 하다』(「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대한 훈령」 중에서, 1987년).
인간 역사가 시작된 이래 오늘날까지, 이 세상 종말 때까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문제는 「생명」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생명에 대한 이해는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인간생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인류의 미래와 희망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생명 경시 풍조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생명의 존엄성이 극도로 훼손되고 있다.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생명인 인간배아를 복제해서 파괴하는 행위, 자신의 선택권을 더 앞세워서 자행되는 낙태행위, 태아를 생명으로 인정하지 않는 법률, 자신의 행복추구권을 더 앞세우는 저출산율, 환자의 생명을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안락사, 오판의 가능성으로 무죄한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사형제도, 날로 늘어만 가는 패륜적 범죄와 테러행위 그리고 자살 등. 우리 주변엔 반생명적인 모습들로 가득하다. 도대체가 생명의 존엄, 생명의 가치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생명이 악용되고 있다. 그래서 생명 존중 사상도 실종되고 있다. 심지어 인간생명을 과학 기술의 이름으로 개입하여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생명을 파괴하고 생명을 상품화시키고 있다. 인간을 위한 봉사가 목적인 과학과 기술이 상업주의에 물들어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상업적 이윤추구는 가치전도의 현상을 낳게 하고 있다. 곧, 목적이어야 할 인간이 수단이 되고, 수단이어야 할 이윤이 궁극적 목적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기술을 특허 내어 상업적 이익을 독점적으로 추구하려고 한다면, 이것은 패륜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자유 실현
하느님은 인간을 사랑하셔서 자유를 선물로 주셨다. 그러나 인간은 그런 하느님의 선물을 오용하여 하느님과 대등한 존재가 되려고 하는 죄를 지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자유의 개념에 대한 혼란으로 인간은 커다란 죄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
인간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든지 다 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는 아닐 것이다. 인간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결코 하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실현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해도 된다』는 것이 과연 과학이 가지고 있는 신념인가를 묻고 싶다. 무엇인가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의 진보가 반드시 더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고, 오히려 윤리의 퇴보일 수 있다. 결국 윤리를 상실한 과학은 죽음과 파멸을 초래케 할 뿐이다.
과학과 기술은 언제나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고, 인간을 위한 봉사가 그 근본 목적이다. 과학과 기술의 존재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과학과 기술이 결코 인간을 지배하거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류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 세상에 생명의 가치는 존재하는 것인가? 우리의 생명이 위협 받는 이런 세상에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무슨 희망으로 미래를 향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 10).
이창영 신부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위원·본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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