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복제, 우리나라만 대환영 분위기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인간배아를 복제하고 거기서 줄기세포를 추출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과학자로 급부상한 황우석 교수가 10월 19일 자신의 연구의 다음 단계중 하나인 세계줄기세포은행이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복제양 돌리를 만든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와 원숭이 배아 복제를 체세포 핵이식의 방법으로 세계 최초 성공한 미국 피츠버그 대학의 제럴드 섀튼 교수 등 세계 석학들도 대거 참석한다고 한다.
황우석 교수가 한국을 자신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의 중심으로 만들고, 나아가 한국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이라고 말하지만, 필자가 이 소식을 듣고 즉시 연상할 수 있었던 것은 생뚱맞게도 「공해산업」이라는 단어였다.
온 나라가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최첨단 기술이며, 동시에 난치병 치료의 새 장을 여는 미래의학의 꽃이라고 평가하는 배아줄기세포치료를 줄기세포은행을 통해 안정적으로 시도하겠다는 것을 공해산업 운운한다는 것이 국민적 정서와 염원을 반하는 것 같아 필자 스스로도 너무 심한 비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세계줄기세포은행 설립의 이면에 담겨 있는 부정적 실상을 직시한다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이라는 데에 어떠한 주저함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해산업은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진국에 대한 배려라는 미명으로 후진국으로 이전하고 있는 일종의 제국주의적 정책의 한 단면이랄 수 있다. 제철, 섬유, 석유, 화학, 고무산업 등이 그 예인데, 이러한 산업들이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만들어주기는 하였지만, 이는 이제 서서히 공해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다국적 기업에 의해 공해산업으로 환경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나라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어느새 국내기업의 활발한 외국진출과 함께 공해산업까지도 수출하는 환경 제국주의의 성향을 즐기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추진하는 줄기세포산업을 미국이나 영국 등 여러 선진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해산업보다는 오히려 기피산업 혹은 금지산업이라는 표현이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언론이 영장류의 복제와 유전자 변형의 세계적 대가라고 평가하는 섀튼 교수가 한국에 세워질 세계줄기세포은행의 역할에 대한 언급하는 데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섀튼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팀에서 환자의 피부세포를 한국에 보내면, 황 교수팀이 이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배양한 다음 다시 우리에게 보낼 것이다. 이것을 손상된 장기 세포로 분화시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여기서 올해 한국에 세워질 세계줄기세포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섀튼 교수의 연구 환경은 미국이라는 나라이다. 미국은 배아복제를 위해 여성의 난자를 한국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니고, 더욱이 인간배아복제 연구에 대해 연방 자금의 지원이 금지되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하원에서는 인간배아복제금지 법안이 통과되었고, 부시행정부는 실험용 인간배아도 태아, 아동, 성인과 함께 보호받아야 할 인간이라는 점을 천명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주교회의 생명운동사무국이 조사한 설문에 의하면 미국 국민의 77%가 인간배아를 파괴하는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반대하고 있으며, 불과 15%만이 찬성하고 있다(가톨릭신문 2005년 6월 5일자 보도).
미국뿐만이 아니다. 영국, 스웨덴, 호주, 중국, 일본,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간배아 복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엔에서도 지난 3월 8일 치료목적의 복제를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에 대해 인간 존엄성과 생명 존중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지결의안을 승인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국갤럽의 발표에 의하면(2005년 7월 9일 조사)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 우리 국민의 90.9%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배아의 파괴도 윤리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는 응답도 무려 67%나 된다.
선진국들이 법적, 윤리적인 문제로 꺼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대환영의 분위기이다. 마치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니 안타깝다. 이것이 세계줄기세포은행 이면에 감춰진 모습이라면 결코 기뻐할 일이 아닐 것이다. 유엔은 「인간 복제에 대한 유엔 선언」을 채택하며 『생명과학의 적용에 있어서 여성의 착취를 금지할 것』을 촉구했는데, 세계줄기세포은행의 개소를 앞둔 우리나라의 여성은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한 난자 생산의 도구로 더욱 착취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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